검찰은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지방자치권을 사유화한 지역토착 비리로 보고 있다. 당시 성남시장,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리 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사법방해’ 의혹 등 이 대표 측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구속 필요성으로 내세웠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18일 백현동 개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월 각기 다른 검찰청에서 진행하던 대장동 개발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혐의를 병합해 한 영장에 담았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영장 접수 2시간 전 병원에 이송됐지만, 검찰은 “피의자에게 법령상 보장되는 권리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 형사사법에 장애가 초래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소환 통보를 받고 나서 시작하는 단식을 처음 봤다”며 “다수당의 권력을 이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인비리를 결사 옹호하는 건 국민들께서 최악의 권력 남용이라 생각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었던 2014~2017년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대 손해를 끼쳤다고 본다. 민간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이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영입한 뒤 부지용도 변경, 성남도개공의 사업 배제 등 각종 청탁을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게 현재까지 검찰 수사 결과다. 정 회장은 1356억원의 개발이익을 독점한 반면 공사는 최소 200억원의 이익을 놓쳤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진술서를 통해 “용도변경은 민간업자 로비가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국토교통부 요구, 국정과제 이행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공익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는) 1원 한 푼의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쌍방울이 북한에 전달한 800만 달러는 이 대표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청탁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대북사업비 및 방북비용을 대납시킨 것이라고 영장에 적시됐다. 이에 이 대표는 “얼굴도 모르는 조폭, 불법 사채업자 출신의 부패 기업가에게 100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대신 내달라고 할 만큼 내가 어리석지 않다”고 언급했었다.
검찰은 이 대표와 측근들의 수사·재판 과정에서 포착된 증거인멸 정황을 구속 필요의 사유로 부각시켰다.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이 지연되고, 재판 기록이 유출된 데 이 대표 측 개입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당시 ‘2002년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되자 김인섭 전 대표 측근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의 증언을 요청했다는 의혹도 위증교사 혐의로 이번 구속영장에 포함됐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