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패키지 영장’으로 이재명 정조준… ‘증거인멸 우려’ 강조

입력 2023-09-19 00:02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검찰은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지방자치권을 사유화한 지역토착 비리로 보고 있다. 당시 성남시장,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리 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사법방해’ 의혹 등 이 대표 측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구속 필요성으로 내세웠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18일 백현동 개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월 각기 다른 검찰청에서 진행하던 대장동 개발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혐의를 병합해 한 영장에 담았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영장 접수 2시간 전 병원에 이송됐지만, 검찰은 “피의자에게 법령상 보장되는 권리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 형사사법에 장애가 초래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소환 통보를 받고 나서 시작하는 단식을 처음 봤다”며 “다수당의 권력을 이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인비리를 결사 옹호하는 건 국민들께서 최악의 권력 남용이라 생각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었던 2014~2017년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대 손해를 끼쳤다고 본다. 민간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이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영입한 뒤 부지용도 변경, 성남도개공의 사업 배제 등 각종 청탁을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게 현재까지 검찰 수사 결과다. 정 회장은 1356억원의 개발이익을 독점한 반면 공사는 최소 200억원의 이익을 놓쳤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진술서를 통해 “용도변경은 민간업자 로비가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국토교통부 요구, 국정과제 이행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공익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는) 1원 한 푼의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쌍방울이 북한에 전달한 800만 달러는 이 대표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청탁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대북사업비 및 방북비용을 대납시킨 것이라고 영장에 적시됐다. 이에 이 대표는 “얼굴도 모르는 조폭, 불법 사채업자 출신의 부패 기업가에게 100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대신 내달라고 할 만큼 내가 어리석지 않다”고 언급했었다.

검찰은 이 대표와 측근들의 수사·재판 과정에서 포착된 증거인멸 정황을 구속 필요의 사유로 부각시켰다.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이 지연되고, 재판 기록이 유출된 데 이 대표 측 개입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당시 ‘2002년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되자 김인섭 전 대표 측근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의 증언을 요청했다는 의혹도 위증교사 혐의로 이번 구속영장에 포함됐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