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혜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中 경제위기 속 ‘쌍순환’ 띄우며 ‘중국 붕괴론’ 반박

입력 2023-09-20 04:05
18일 ‘중국-아세안 엑스포(CAEXPO)’ 관람객들이 전시장의 자동차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 사진은 2008년 10월 25일 열렸던 CAEXPO에서 트랙터를 보고 있는 참가자들 모습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번 박람회에는 아세안 국가의 약 640개 기업을 포함해 45개국에서 750개 기업이 참가했다. 신화연합뉴스

中 8월 경제지표 시장 전망 넘자
관영매체들 일제히 낙관론 부각
“최악 경기 하강기 지났다” 반색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8일자 1면에 ‘중국 경제 대순환 관찰’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관영 신화통신이 전날 홈페이지 첫 화면에 걸었던 장문의 이 기사는 경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거시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으며 경제의 대순환 동력이 끊임없이 분출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 15일 발표된 중국의 8월 경제지표가 시장 전망을 뛰어넘어 일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자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시진핑 국가주석의 쌍순환 전략, 고품질 발전론의 성과를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전망은 엇갈린다. 중국 경제가 최악의 시기를 지나 반등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위기론은 과장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투자와 고용이 살아나지 않아 경제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 주석은 2020년 3월 산업 중심지 저장성의 닝보 저우산항을 시찰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외국 원자재가 들어오지 못하고 중국산 제품 수출이 막혀 있던 시기다. 인민일보 기사에 따르면 베이징으로 돌아온 시 주석은 열흘 뒤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재정위원회 회의에서 ‘국내 대순환을 주체로 하고 국내외 쌍순환을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구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공산당은 2025년까지 적용될 14차 5개년 발전 전략으로 쌍순환을 채택했다. 시 주석은 3연임을 확정한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보고에서도 “국내 순환의 내생 동력과 신뢰를 높이고 국제 순환의 품질과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고강도 봉쇄 3년간 깊은 침체에 빠졌다.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6.9%로 곤두박질쳤고 이듬해 1분기엔 기저효과에 힘입어 18.7%로 반짝 상승했다. 이후 성장률은 계속 내리막을 걷다가 경제도시 상하이가 전면 봉쇄됐던 지난해 2분기에 다시 0.4%까지 떨어졌다. 위드 코로나 첫해인 올해 1, 2분기에는 각각 4.5%, 6.3%를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8월 지표는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자 중국은 신이 났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6%, 산업생산은 4.5% 늘었다. 또 위안화 대출이 1조3600억 위안(247조원) 늘었고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가 3개월 연속 반등하는 등 긍정적 신호도 감지됐다. “최악의 경기 하강이 지나가고 있을 수 있다”(블룸버그통신) “침체됐던 경제가 안정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로이터통신)는 평가가 뒤따랐다.

신화통신도 별도 논평을 내 “최근 일부 서방 언론과 정치인들은 약속이나 한듯 중국 경제와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를 왜곡해 재생산하고 있다”며 “수십년 동안 계속된 ‘중국 붕괴론’은 필연적으로 다시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중국 경제의 단기 변동 데이터를 기사로 삼고 과장된 표현으로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당국자들은 지금의 경제 상황을 재정·금융·통화정책을 통해 극복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위기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중기 성장률이 4%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하락이 경제 성장을 억제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소비 지출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데이터를 분석해 2021년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1년 반 동안 중국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금이 250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BNP파리바의 즈카이 천 아시아 및 세계 이머징마켓 주식 부문 책임자는 “외국인들이 그냥 수건을 던지고 있다”(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있다는 의미)고 전했다.

이러한 탈중국 바람은 중국의 공식 통계에도 잡히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외국인직접투자(FDI)는 8471억7000만 위안(15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줄었다. 1~6월(2.7%), 1~7월(4.0%)에 비해 감소폭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는 첨단 제조업 분야와 신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 등 투자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외국인의 장기적인 대중 신뢰를 반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올해 들어 여러 글로벌 기업의 CEO들이 집중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며 “이들 모두 ‘중국시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투자를 계속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