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수장, 이틀 전격 회동

입력 2023-09-19 04:05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왕이 외교부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동북아시아 정세가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최고위급 외교수장이 지중해 몰타섬에서 전격 회동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여부는 물론 대만 문제, 한반도 정세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이틀간이나 머리를 맞댄 것이다.

백악관은 17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전날부터 몰타에서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중국과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양국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발표문을 통해 회담 사실을 알리고 “양국은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전략적 소통을 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빈 회동 이후 4개월 만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두 사람이 12시간가량 회동했다면서 “미·중 양자 관계 주요 현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양안 문제 등 글로벌 및 역내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중국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세와 우크라이나, 한반도 등 국제·지역 문제에 관해서도 토론했다”고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중이 경쟁 관계이지만 중국과 충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미 당국자가 전했다. 또 미국이 대만해협에 대한 현상 유지와 양안 평화·안정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도 설명했다.

이에 왕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가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며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의제에 있었다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미국은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회담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만남은 김 국무위원장의 방러와도 맞물려 진행됐으며, 설리번 보좌관은 왕 부장에게 러시아 방문에 대한 우려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자는 “설리번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러시아 지원과 왕 부장의 모스크바 방문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부연했다.

왕 부장은 뉴욕 유엔총회에 중국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하고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날 계획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