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골프 등 교회가 문화활동 명소… 주민 발길 끊이지 않아

입력 2023-09-19 03:04
최근 커피 교실을 수료한 수강생들이 카페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매곡교회 제공

강원도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매월리는 양동역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거리는 행인도 없이 한적한데 찾아 들어간 ‘하늘꿈카페’ 안에는 손님들로 넘쳐났다. 단체석에는 인근 주민자치센터에서 취미활동을 마치고 온 주민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한편에는 뜨개질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하늘꿈카페는 매곡교회(김신도 목사) 건물 안에 있다. 교회가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지역 필요에 따라 ‘문화목회’ 도전

18일 교회에서 김신도(52) 목사를 만났다. 서울에서 사역하다가 2013년 이곳에 부임한 김 목사는 ‘문화목회로 살기 좋은 양동 만들기’를 목표로 목회하고 있다. 덕분에 매월리 주민들은 매곡교회에서 문화생활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주민 한 명이 드럼 연습을 하다 돌아갔고 방금 들어온 주민은 교회에 있는 미니 골프연습장에 연습하러 왔다고 했다.

교회가 처음부터 이렇게 주민들이 모이는 곳은 아니었다. 김 목사가 부임했을 때만 해도 성도 수는 40~50명에 불과했고 대다수가 고령의 어르신이었다.

“3년 동안 심방이나 말씀 사역을 진행하며 평범한 시골 목회를 했어요. 성도는 고작 한두 명 늘었는데 기존 어르신 40여명이 자연 감소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도 있고 자녀의 집이나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기는 분들이셨죠. 이러다가는 교회의 생존 자체가 어렵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김신도(왼쪽) 매곡교회 목사와 윤정남 사모가 18일 경기도 양평군 하늘꿈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매곡교회 제공

그때 그의 눈에 띈 이는 은퇴 후 동네에 들어온 이주민들이었다. 대다수가 노후에 쉼을 누리려고 했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 활동을 원하고 있었다. 2015년 그와 윤정남(51) 사모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커피 교실을 열었다. 처음엔 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다가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하게 됐다. 윤 사모가 주민들을 가르치며 6주는 주민자치센터에서 2주는 교회 커피숍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수강생들이 자연스럽게 교회를 접하는 계기가 됐다.

“커피 교실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여러 지역 축제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렴하고 질 높은 커피를 소개하면서 교회도 알릴 수 있게 됐죠. 올해 상반기까지 170여명이 커피 교실을 수료했습니다.”

커피 교실 덕에 하늘꿈 카페도 인기가 높아져 카페를 3년 전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여느 커피숍 부럽지 않은 다양한 메뉴에 가격은 1000원 안팎이다. 커피를 마시려면 다방에 가야 했던 주민들이 카페에서 교제하며 여가를 보내게 됐다.

커피 교실로 문화에 대한 지역주민의 욕구를 확인한 김 목사는 2017년 양동챔버오케스트라를 조직했다. 소정의 레슨비만 내면 악기를 대여해주는 단체 ‘와이즈뮤직’과 함께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악기를 가르쳤다. 지자체 후원을 받아 두 차례 음악회를 열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코로나19가 닥치면서 2년여간 운영을 하지 못했다.

양동어머니합창단이 주민자치센터에서 연습하는 장면. 매곡교회 제공

코로나가 잦아들면서 올해 새롭게 시작한 것이 양동어머니합창단이다. 김 목사는 “진입장벽이 높은 악기에 비해 합창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어머니들이 ‘학창시절 생각이 나 좋다’고 하신다”며 “지역에 어르신이 많다고 노인목회만 하면 안 된다. 주민들이 원하는 다양한 사역으로 섬기려고 하다 보니 호응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어린아이와 청소년이 적은 지역이지만 다음세대를 위한 사역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 여름 캠프는 매곡교회 학생들을 넘어 교회에 다니지 않는 학부모들까지 기다릴 정도의 행사가 됐다. 교회엔 다음세대가 언제든지 모일 수 있는 비전홀을 건립했다. 그 결과 현재 매곡교회는 장년 110여명, 다음세대 30여명이 모이고 있다.

취미 따라 모이는 소그룹도 호응

지역과 함께하는 문화목회를 위해 매곡교회는 주일 소그룹 모임 형태도 바꿨다. 그동안 지역이나 나이 등으로 소그룹이 구분돼 모였다면 이젠 취미가 같은 성도들끼리 모이게 한 것이다. 등산 산책 골프 자전거 조경 등 관심사에 따라 모이다 보니 참여자도 늘고 활기가 넘쳤다. 비기독교인이 스스럼없이 참여하기도 수월했다. 앞서 하늘꿈 카페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던 이들도 이 소그룹 덕에 모인 주민들이었다.

정현자(61)씨는 “교회에 다니지는 않는데 뜨개질을 배우고 싶어서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옆에 계신 박용자 권사님이 내 선생님이고 난 수제자”라며 “교회에서 이렇게 재밌는 것도 가르쳐주고 친절하게 맞이해줘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웃었다.

김 목사의 목표는 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결국 취미를 따라 교회에 모인 주민들이 예수님을 알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근 교회들이 각자 역량에 맞게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도 돕고 있다.

“어디라도 불러주시면 가겠다는 마음으로 시골교회에 온 뒤 여러 어려움도 겪었지만 지역 주민들과 부대끼며 함께하는 목회가 즐겁고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지역과의 접촉점을 놓지 않고 주민들의 필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양평=글·사진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