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째 단식 이재명, 구급차 거부… 측근 “병원갈 때 지났다”

입력 2023-09-18 00:04 수정 2023-09-18 00: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동료 의원들의 단식 중단 요구를 뒤로하고 지팡이를 짚은 채 국회 당 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단식을 18일째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과 재야 원로·시민단체 인사들의 단식 중단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는 단식 18일째를 맞아 건강이 크게 악화한 이 대표를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17일 오후 3시15분쯤 국회 본청으로 119구급차를 호출했다. 이 대표의 장기 손상과 급성 쇼크 가능성 등이 우려된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따른 조치였다.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주요 당직자들이 단식 농성장인 대표실에 들어가 이 대표에게 병원 입원을 간곡하게 요청했다. 119구급대원은 이 대표 이송을 위해 들것을 갖고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단식 중단은 물론 병원 입원을 완강하게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는 1시간 가까이 이 대표를 설득했으나 실패했고, 현장에 출동한 구급차도 결국 철수했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의원은 “전체적으로 바이탈 수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이 대표 의지가 너무 완강해서 설득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원기·문희상·임채정 상임고문은 이날 오전 이 대표를 방문한 뒤 당 지도부에 강제입원 조치를 요구했다. 임 고문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일체 대답을 못 했다”면서 “이 대표의 건강과 관련해서는 당에도 책임이 있으니 강제 입원시키라고 강력히 권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도의원과 구청장들이 17일 이재명 대표가 단식농성 중인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대표님, 단식을 멈춰주십시오’ 등의 피켓을 들고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그러나 이 대표는 단식 중단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병원에 가야 할 때가 이미 지났다”며 “차라리 쓰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식은 윤석열 정권이 지금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호소인데, 이 대표가 아직 굽힐 때가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추가 구속영장 청구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당내에서는 단식의 명분이 오히려 반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칫 이 대표 단식이 민주당의 ‘방탄 프레임’만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비명(비이재명)계 중진 의원은 “단식의 명분은 결국 체포동의안 표결 때문 아니겠느냐”며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방탄 프레임’만 강해질 텐데, 돌파구가 없다”고 말했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당 지도부가 체포동의안 표결 전략을 논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떠올랐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체포동의안을 피하기 위해 단식했다고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용일 박장군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