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미국과 ‘부동산 침체’ 중국, 그 틈바구니의 한국

입력 2023-09-18 20:31
게티이미지

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이 서로 상반된 흐름을 보이며 국내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은 경기 비관론이 사그라들면서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긴축 장기화로 강달러 현상이 심화되면 국내 금융시장은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부동산 기업의 금융 불안이 실물 위기로 전이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경기 반등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관론 넘어서는 미국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0.046% 포인트 상승한 4.336%으로 마감했다. 지난 8월 기록한 연고점(4.342%)에 근접한 모습이다.

눈여겨볼 지점은 장단기 금리 역전 폭 감소다. 지난해 10월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세 번째로 단행하기 직전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져 수익률이 역전됐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에 할증이 생겨 수익률 곡선은 우상향한다. 그러나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는 건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를 예측해 만기가 긴 국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난 7월 이후 단기금리 대비 장기금리 상승이 두드러지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이 나타났다. 시장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생산·소비·고용 등 경제지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인 결과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5를 기록하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 제조업지수도 8월에 1.9를 기록해 전달의 -19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지수가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경기가 확장세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이런 국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베어 스티프닝 발생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상당 기간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을 크게 할 수 있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과 내후년의 최종금리 수준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연쇄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통화정책 결정 폭을 좁힐 수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 상승에 휘청이는 유로존 등과 달리 미국의 탄탄한 지표는 강달러 현상을 고착화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유로화 약세 등에 105선으로 올라서며 지난 3월 초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방성이 비교적 큰 국내 금융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고집할 유인이 적은 탓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주식, 채권 투자자금은 각각 9억1000만 달러, 7억9000만 달러 순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빠져나간 투자자금은 총 17억 달러(약 2조2520억원)다. 안전자산의 지위뿐 아니라 미국의 높은 성장성에 기반한 달러화 선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점차 확대될 수 있다.

중국 부동산 위기발 쇼크 우려

중국의 부동산 금융 위기에 따른 악재는 여전히 국내 경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5일 중국 부동산 부문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적극적인 부양 조치에도 불구하고 성장 둔화에 따라 부동산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지수는 지난해 1월 이후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다.

외국인 투자 자금도 이탈하는 추세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에 실제 투자된 외자는 8471억7000만 위안(약 155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줄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민간 연구소 로듐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해 서방 기업들의 ‘탈(脫)중국’ 기조 속에 중국을 상대로 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줄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대차대조표 불황’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차대조표 불황은 부채가 늘고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이 부채 상환에 집중하다 발생하는 경기 침체 현상을 말한다.

중국은 민간 부문의 빚은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220%나 된다. 특히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 상승해 지난해 말 158.2%를 기록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중국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완화에도 소비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가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중기적으로 연 4% 성장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소비 위축과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 대중국 수출 및 관광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기 위축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원자재 수출국의 무역수지 역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의 심화로 중국경제가 대차대조표 불황 국면에 진입할 경우 글로벌 경기는 물론 국내 경기 회복에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중국발 리스크에 대한 민간의 대응 여력을 선제로 확충하는 것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