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독립운동가 6명 신상 빼곡… 中 국민정부 ‘인사카드’ 찾았다

입력 2023-09-18 04:07
옛 중국 국민정부가 1945년 작성한 안중근 의사 인사등기권(왼쪽)과 동생 안정근 의사 인사등기권. 안정근 의사 카드에는 “한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등의 평가가 적혀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안중근 의사 등 한국 독립운동가 6명에 대해 옛 중국 국민정부가 작성한 ‘인사카드’(인사등기권)와 한국광복군 부대원 87명의 명단이 담긴 문서가 17일 최초로 공개됐다.

국가보훈부가 이날 한국광복군 창군 83주년을 맞아 공개한 인사등기권은 중국 국민정부 총통부 군사위원회가 1940~50년대 생산한 문건으로, 지난달 보훈부가 독립운동 관련 사료 수집을 위해 대만 측과 협력하던 중 대만국사관에서 발굴됐다. 인사등기권에는 안중근·안정근·신익희·홍진·지청천·조소앙의 신상이 기록돼 있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동생인 안정근 의사의 경우 지금까지 1940년대 활동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는데, 1945년 8월 21일 발급된 인사카드에는 “한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임시정부 요직에서 일했다” “영·미 정부와 직접 연계가 가능하다”는 언급과 함께 “(국민당) 중앙정부는 마땅히 안정근을 만나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평가가 담겼다.

보훈부는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도 “1910년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인사카드가 순국 35년이 지난 1945년에 등록됐다는 점에서 당시 중국 국민정부가 고인의 의거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익희 지사의 인사카드에는 일본 와세다대를 다닌 이력을 포함해 임시정부 내무·법무총장 역임, 해방 후 국회의장 역임 등 신상 이력이 상세히 기록됐다.

독립운동 전문가인 김영신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는 “중국 측에서 주요 한인에 대한 조사 보고를 작성했음을 확인시켜주는 사료”라며 “한국 독립운동가에 대한 인사기록 카드 실물이 소개된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발굴 사료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보훈부는 한국광복군 제1지대 대원 87명의 성명·성별·나이·주소·소속 등이 상세히 기록된 문서도 처음 발굴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중국 국민정부에 보낸 ‘한국임시정부 양식부안권’ 문서철로, 1941~44년 한국광복군 등 임시정부 계열 단체에서 중국 국민정부에 보낸 양식 공급 요청 문서들이 모여 있는 사료다. 이 가운데 ‘한국광복군 제1지대관병대원 권속청구평가화명책’이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이종건·김정숙 등 광복군 제1지대 대원 87명의 명단이 확인됐다.

보훈부는 “해당 명단에서 현재 독립유공자로 포상되지 않은 광복군 40여명이 확인돼 향후 독립유공자 발굴·포상 업무에 활용할 것”이라며 “특히 여성 인명이 많이 발견돼 그동안 입증 자료가 부족했던 해외 여성 독립운동가의 발굴·포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훈부는 또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한미문화협회 주석이었던 김첨생 박사가 1943년 12월 7일 장제스 국민정부 주석에게 발송한 서한도 발굴했다. 이 서한에는 카이로 회담에서 결정된 한국의 자유·독립 보장에 대해 장 주석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