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직불제 예산 첫 3조 넘어… ‘농업 대개조’ 마중물 될까

입력 2023-09-18 04:05
사진=연합뉴스

한국 농업 환경은 격변기를 맞고 있다. 농업의 기능은 식량 공급 외에 공익적 역할까지 수행하는 산업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농업 방식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고령화한 농촌 환경은 세대교체가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 쌀을 제외한 다른 작물의 국내 자급률이 떨어지는 식량안보 실태도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가 3조원 넘는 예산을 농정 핵심 제도인 ‘농업직불제’에 할당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변화 없이는 ‘뿌리 산업’인 농업의 미래도 없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도 농업직불제 예산안을 올해(2조8400억원)보다 2642억원 증액한 3조1042억원으로 책정했다. 농업직불제는 정부가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생산자인 농업인에게 직접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긴축 재정 기조 속에서도 예산이 늘어난 기반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관련 예산 확대 공약이 있다. 예산 투입 없이는 소득 보전만큼이나 시급한 농업 환경 변화를 이끌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내년 예산안은 2020년부터 공익직불제 중심으로 개편된 농업직불금 제도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공익직불제는 경작만 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던 과거와 달리 환경 보호와 생태계 보전 등 17개 사항을 준수해야만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내년 예산안은 이 기능을 더 강화했다. 메탄 발생이 적은 사료를 쓰거나 논 물 관리 등을 통해 탄소 발생량을 감축할 경우 추가 직불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자연경관을 보전하면서 농사를 지을 경우 직불금을 지급하는 경관보전직불제 예산도 올해(99억원)보다 69억원 늘린 168억원까지 증액했다. 올해는 1만5100㏊까지만 지급했지만 내년에는 2만4000㏊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은퇴직불제’ 예산 126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은퇴직불제는 70세 이상 농업인이 은퇴하면서 농지를 정부 농지은행에 매도·장기임대할 경우 매월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일종의 연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청년 등 다른 농업인들이 농사를 지을 땅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올해부터 실시된 ‘전략작물직불제’를 확대한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 제도는 과잉 공급되고 있는 쌀 대신 전략작물을 경작하는 이들에게 직불금을 주는 제도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1121억원)보다 66.4% 증액한 1865억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전략작물 항목에 논콩·가루쌀 외에도 식량자급률이 1%에 미치지 못하는 ‘옥수수’가 신규로 추가됐다.

농업직불제를 토대로 농업 환경 변화를 유도한다는 취지지만 아직은 변수가 있다.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최종 예산이 줄어들며 정책 시행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야당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기존 정책 설계를 흩트릴 가능성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7일 “내년 예산은 농업이 지닌 구조적 문제 해결에 중요한 예산이라는 점을 (국회가)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