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경기 회복을 꾀하는 한국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연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까지 흘러나온다. 경기가 부진한데 물가 상승세는 계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내 원유 가격 지표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준 90.77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WTI는 지난해 11월 7일 이후 처음으로 90달러를 넘어선 이후 오름세를 이어갔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93.93달러에 마감하며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으로 원유 시장이 상당 기간 공급 부족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상품·파생상품 리서치 책임자인 프란시스코 블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가 아시아의 긍정적인 수요 배경을 토대로 연말까지 지속해 공급 감축을 유지할 경우 2024년 이전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들썩이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10주 연속 증가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9월 둘째 주(10∼1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9.6원 오른 1759.6원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기름값 부담이 하반기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최근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고 농산물 가격 흐름이 예측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적용된 유류세 인하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비용이 증가하면서 근원물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 이 경우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 여력이 떨어지면서 경기 회복은 더 늦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 경제에 대한 성장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 중 2곳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미국 씨티그룹은 1.8%에서 1.7%로, 영국 바클레이스는 2.3%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