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극초음속미사일 시찰한 김정은… 한·미 보란듯 ‘전략무기 협력’ 시사

입력 2023-09-18 04:0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크네비치 군 비행장에서 미그-31 전투기에 장착된 극초음속미사일 ‘Kh-47 킨잘’을 만져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 후속 일정으로 16일 극초음속미사일 ‘Kh-47 킨잘’을 포함한 러시아 전략무기를 시찰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직접 김 위원장에게 전략무기를 브리핑하며 북·러 간 긴밀한 군사협력을 보란 듯 과시했다. 특히 이번 일정은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분명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17일 5박6일간의 방러 일정을 마치고 전용열차에 올라 북한으로 출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16일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소식을 전하며 “조·러(북·러) 두 나라 관계 발전의 역사에 친선 단결과 협조의 새로운 전성기가 열리고 있는 시기에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맞이하는 블라디보스토크시는 열렬하고도 뜨거운 환영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일정은 군 관련 시설 시찰에 집중됐고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강순남 국방상 등 북한군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크네비치 군 비행장에서 김 위원장의 관심은 킨잘에 집중됐다. 김 위원장이 미그-31 전투기에 장착된 킨잘을 직접 만져보는 사진도 공개됐다. 러시아어로 ‘단검’을 뜻하는 킨잘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자랑하는 최첨단 무기다. 전투기에 실려 발사되는 이 미사일은 자체 추진체로 가속해 사거리 2000㎞ 내에서 음속의 10배 이상인 최고시속 1만2350㎞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킨잘을 살펴보며 러시아와의 전략무기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전략폭격기 3대도 가까이서 관찰하며 미사일이 어떻게 발사되는지 묻기도 했다. 쇼이구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폭격기를 소개하면서 “모스크바에서 일본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한·미·일의 군사협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17일 연해주 기차역에서 전용열차를 타고 북한을 향해 출발했다고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북·러 접경지인 하산역에 도착한 12일부터 이날까지 5박6일간 러시아에 체류했는데, 이는 김 위원장의 역대 최장 해외 체류 기간이다. 김 위원장은 귀국길에 오르기 전 연해주 주지사로부터 자폭 드론 5대와 장거리 정찰용 드론 1대, 방탄복, 열화상 카메라에 탐지되지 않는 특수복을 선물받았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방문을 마친 김 위원장이 오는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지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 이어 시 주석과도 회담한다면 한·미·일에 대항하는 북·중·러의 결속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우진 박준상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