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합창대회 열고… 13개국 미니 월드컵 ‘골잔치’… 한국교회, 다문화·다민족 끌어안는다

입력 2023-09-18 03:01
이주민 여성들로 꾸려진 행복메아리합창단이 16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루살렘 성전에서 열린 '2023 이주민·다문화 합창대회'에서 각자 전통 의상을 입고 합창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 제공

“이주민의 수가 늘어났는데,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인식변화가 필요하고 이런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5월 17일 열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꺼낸 말이다. 250만 이주민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문화·다민족을 품는 한국교회의 정성은 남다르다. 이들은 이웃이면서 함께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동역자이자 본국에 복음을 전할 미래 선교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교회와 이주민 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진 현장을 들여다봤다.

교회에서 뽐내는 한국노래 실력

“올림픽대로 뚝섬 유원지 서촌 골목골목 예쁜 식당 나를 휘청거리게 만든….” 가수 아이유의 노래 ‘드라마’를 부르는 여성 합창단원들은 중국 일본 몽골 필리핀 베트남 한국 국적을 지니고 있었다. 2009년 결성된 ‘행복메아리합창단’ 단원들은 저마다 고향의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멋들어지게 화음을 빚어냈다.

16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예루살렘 성전에서 열린 ‘2023 이주민·다문화 합창대회’ 풍경이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이 주최하고 서울시 후원으로 열린 이번 합창대회는 올해 3회째로 국내 거주 다문화 이주민의 국내 적응과 정착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대회에는 금천구 행복한지역아동센터 행복한합창단, 인천동산교회 인천다문화합창단, 이주민월드비전센터 다문화유소년합창단, 풍신 싱아웃코리아합창단, 아산시가족센터 다솜합창단, 동대문구가족센터 행복메아리, 순복음열방선교교회 열방다문화어린이합창단, 충주친구들교회합창단 등 8개팀이 실력을 겨뤘다. 대상은 행복메아리합창단에 돌아갔다.

이영훈 한교총 대표회장은 영상을 통해 “한교총 산하 전국 교회는 국내 이주민의 정착을 돕고 대한민국과 한국교회의 일원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응원한다”고 격려했다.

'다민족 사회 축소판' 13개국 월드컵

같은 날 강남중앙침례교회 주최로 경기도 포천축구공원에서 열린 '제2회 GBC 다민족 월드컵'에 출전한 13개국 이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강남중앙침례교회 제공

같은날 오후 경기도 포천의 포천축구공원. 13개국 출신의 이주민 400여명이 참가하는 '제2회 GBC 다민족 월드컵'이 열렸다. 서울 강남중앙침례교회(최병락 목사)가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한 행사로 국내에 거주하는 다민족 이주민을 격려하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준비했다.

행사에는 이주민과 자원봉사자 등 700여명이 함께했다. 네팔 베트남 태국 미얀마 몽골 우간다 감비아 등 7개국 국내 이주민 근로자와 벨기에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케냐 페루 등 5개국 유학생이 14개의 팀을 꾸려 경기를 치렀다.

자원봉사자만 250명이 투입된 행사는 수준급이었다. 경기엔 심판 자격증을 보유한 공인 심판 15명이 투입됐다. 행사장 곳곳엔 전도·의료 부스를 비롯해 플리마켓(벼룩시장) 푸드트럭 키즈케어 등 선수 친구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즐길거리가 마련됐다. 고향방문 왕복 항공권과 냉장고, 아이패드와 에어팟 등 경품도 눈길을 끌었다.

최병락 목사는 개회식에서 "나도 미국에서 이민자로 지내봤기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여러분의 마음에 공감한다"며 "그러나 우리의 진짜 고향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천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천국으로 가는 항공권인 '성경'을 언어별로 마련했으니 꼭 챙겨가셔서 비행기의 파일럿인 '그리스도'를 만나시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교회,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대회 우승팀인 몽골 FC의 선수이자 유튜브채널 'Zolboo TV'를 운영하고 있는 절버씨는 "외국인을 위해 대회를 여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교회가) 지난 대회부터 저희를 따뜻하게 섬겨주셔서 감사하다"며 "다음에 열리는 월드컵도 꼭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믿음을 갖도록 하는 것은 하나님의 몫이지만 복음을 전하는 건 우리에게 주어진 지상명령"이라며 "기독교인들이 먼저 다가가 이주민을 섬기는 동시에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장창일 기자, 포천=조승현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