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단체, 산업 연구기관이 민간 전문가 80여명과 10개월간 구상한 ‘산업대전환’ 제언을 18일 정부에 전달한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기술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이른바 ‘산업 한류’를 조성하기 위한 6대 전략을 담았다. ‘투자특국’ ‘인재입국’ ‘혁신부국’ ‘기업강국’ ‘산업 한류’ ‘신(新)비즈니스 발굴’이 핵심 키워드다.
대한상공회의소를 포함한 참여 단체·연구기관들은 “선진국 추격형, 대중(對中) 수출 위주의 경제 성장 공식은 끝났다. 이대로는 성장은커녕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17일 진단했다. 대한상의는 “정부가 글로벌 첨단산업 전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투자 유치의 전초기지 기능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한상의는 “정부가 전액 출자하는 ‘국가투자지주회사’를 세우고, 정부가 공장을 짓고 소유권이나 운영권을 기업에 양도·대여하되 대신 임대를 받는 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만 있는 금산분리·노동 규제 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산업기술진흥원은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우수인재 레드카펫’ 전략을 제시했다. 해외 우수인재가 한국에 영구 정착할 수 있도록 신속 입국을 지원하고 파격적 정주여건 등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두 기관은 “첨단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대학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양성할 수 있도록 민간 주도형 인력 육성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및 고숙련 은퇴인력 활용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세계 시장에서 1등을 차지할 수 있는 ‘제2의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을 결합한 연구·개발(R&D)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전·자동차·2차전지 산업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체 생산 공정을 혁신할 수 있도록 ‘AI 기반 공급망 선도 프로젝트’ ‘AI 팩토리’ 구축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유망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 제도 개편을 요청했다. 국가경제 기여도에 따라 R&D·투자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성장 촉진형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산업 한류’ 부흥을 위해 해외 거점지역에 한국기업 친화형 ‘K-산업단지’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관 협력투자로 산업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신산업 기술 분야에서 한국형 모델의 세계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은 신규 산업 창출을 위해 낡은 규제 개선과 더불어 정부에서 이해당사자 충돌을 적극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제안들에 대해 “검토해 정책 반영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