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질병으로 스테로이드 약물을 오래 사용하고 있다면 안압 상승으로 인한 녹내장 발병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테로이드 제제를 처방받은 경우 한 달 안에 안압 상승이 있는지 유심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녹내장의 주요 발병 원인은 안압 상승이다. 스테로이드 제제를 쓸 경우 눈의 하수구 역할을 하는 ‘섬유주’에 작용해 안구에 생긴 물(방수)이 빠져나가는 걸 방해하고 방수 유출량이 적어지면서 안압이 올라가 시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이윤곤 전문의는 18일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녹내장은 증상을 자각했을 땐 치료 시기가 늦은 경우가 흔하므로,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물을 처방받을 경우 최소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검진이 권고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발성 개방각 녹내장, 녹내장 가족력, 고도근시, 1형 당뇨병, 류머티즘성관절염, 10대 미만, 외상으로 인해 방수 유출로가 변형된 환자 등은 스테로이드 약물 사용 시 안압이 올라갈 가능성이 더 커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다만, 1년 넘게 스테로이드 약을 지속적으로 썼음에도 안압에 변동이 크지 않으면 추가적인 안과 검진은 필요 없다.
스테로이드 약을 먹거나 주사로 맞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을 것으로 간주하기 쉬운데, 눈이나 눈꺼풀에 직접 바르는 안약 및 안연고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안압이 높아졌다면 먼저 사용을 중단하고 안압이 정상 범위로 낮아질 때까지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약을 끊었는데도 안압이 계속 상승한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이 전문의는 “녹내장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엔 안압 하강 경과를 지켜보며 그에 맞는 치료 방향을 찾을 수 있고 증상이 심하고 안압이 높은 환자는 방수 유출을 원활히 해주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