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수준 교육·양질 의료·사회 통합, 인재·자본 불러 모은다

입력 2023-09-18 04:02
싱가포르관광청 로비에 설치된 싱가포르 도시브랜드. 싱가포르관광청과 싱가포르경제개발위원회는 수년간의 준비 끝에 도시브랜드 ‘SG’와 슬로건 ‘패션 메이드 파서블’을 발족시켰다(왼쪽).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조형물인 머라이언 동상 뒤로 금융단지 건물이 보인다. 싱가포르=윤일선 기자

최근 방문한 싱가포르의 머서(Mercer) 사무실. 카페 같이 꾸며놓은 사무실엔 젊은 직원 수십명이 자유롭게 근무하고 있었고 회의실에는 무언가 설명하며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줄리아 라덴코 부사장이 기자를 맞았다. 그는 “싱가포르 대학은 기후변화 연구를 최근 시작해 관련 리서치 인재가 없기 때문에 전문가 초빙을 우리가 돕고 있다”면서 “싱가포르는 지금 미래 산업 인재가 모여드는 허브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말레이반도 끝자락 외딴섬이던 싱가포르는 과거 인도와 중국을 잇는 작은 무역항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금융 중심지로 성장했다. 세계은행은 2006년부터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싱가포르를 꼽았다. 소득 수준은 선진국 평균을 넘어섰고, 주요 다국적기업이 지부 등을 두고 있다. 해외주재원 10만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머서의 ‘삶의 질’ 조사에서 싱가포르는 2019년 아시아 1위로 평가됐다.

1965년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할 때만 해도 토지·주택·자원·일자리 부족에 시달렸다. 천연자원도 없었고 식수조차 말레이시아에서 구매해야 했다. 이에 싱가포르는 50여년간 철저한 도시계획하에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 삶의 질이 높은 도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 왔다.

싱가포르는 외환거래를 자유화하고, 외국기업 유치와 글로벌 인재 흡수를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차세대 신성장산업을 발굴해 외국인 투자를 유도했으며, 먹는 물 안보를 위해 물 산업을 육성했다. 정글을 정비하고 도시 곳곳에 녹지공간을 조성해 싱가포르를 ‘정원 속 도시’로 꾸몄다. 오차드 로드에서 차로 10여분 떨어진 보타닉 가든이나 포트 캐닝 공원 등은 시민의 안식처가 됐다. 여기에 아시아 최고 수준의 교육 시스템과 문화, 질 높은 의료 서비스, 통일된 도시브랜드 등은 기업과 자본, 사람을 불러 모으는 배경이 됐다.

싱가포르는 특히 사람에게 집중했다. 초일류 인재 유치뿐만 아니라 도시 인프라 건설, 도시기능 유지를 위해 가사 노동자 등 이주노동자도 대거 흡수해 상호 공존하도록 했다. 또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정책을 혁신해 왔다. 서민에게는 임대주택과 의료보장 등을 제공했다.

2015년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 국가 플랫폼’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모든 정부 기관이 가진 데이터를 서로 연결·공유하도록 했다. 싱가포르시 정보통신개발청은 정보통신기술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스마트 국가 플랫폼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공공서비스는 실시간 대중교통 정보 제공, 홀몸노인 모니터링을 통한 고독사 방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물류 운송시스템 등을 제공한다. 병원이 특정 센서를 환자에게 부착하고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건강관리 서비스도 실증을 진행했다.

싱가포르는 2016년부터 지역 종합병원의 헬스케어 능력 향상,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 의료비 부담 절감, 환자의 접근성 개선 등을 위한 20년 장기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36년까지 병원 시설과 기술의 결합을 시행하고, 병원 규모를 3배로 늘려 더 많은 환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이 없도록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자동 외부 제세동기 사용법과 구급상자를 활용한 응급처치 기술 교육을 하기도 했다.

교육정책도 혁신했다. 능력주의 기반의 공교육 교육 목표를 학업 성취도에서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으로 전환했다. 특히 학생부터 사회초년생, 수십년의 경력을 가진 기술자까지 개인의 상황에 맞는 평생 직업훈련을 제공하기로 하고 ‘스킬스 퓨처(Skills Future)’라는 평생 직업훈련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이 시스템은 미래 경제를 선도한 인력 양성과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학교 교육, 직무 교육, 커리어 개발을 하나로 통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산업에서 낙오되기 쉬운 40~50대 중간직 근로자들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직장인의 새로운 기술 학습을 위해 성인교육원을 설립했다.

싱가포르는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싱가포르는 다양한 인종이 공존해 갈등 가능성이 큰 다원적 사회다. 도심에는 ‘차이나타운’ ‘아랍 스트리트’ ‘리틀 인디아’가 남아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화와 인구 증가 추세에 맞춰 변두리 마을과 주상복합 거주지에 살던 인종별 거주지를 공공 주거시설로 옮겨 사회 통합을 시도했다. 또 복합문화시설과 프로그램을 제공해 인종 간 조화를 적극 추진했다.

도시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싱가포르는 통일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도시 브랜딩 전략을 중시했다. 마리나 베이 일대에서 열리는 포뮬러원(F1) 그랑프리를 비롯해 매년 수백개의 국제 마이스(MICE) 행사를 개최한다.

유니스 탄 싱가포르 TSLA 그룹전략책임자(CEO)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시 경쟁력은 그 도시의 핵심 비전과 인지도, 호감도 등에서 나오기 때문에 싱가포르는 도시 브랜딩을 전략적으로 전개했고, 그에 맞춰 오랜 기간 상업영화, 잡지, 신문 등 미디어 마케팅을 펼쳤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