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해온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 방향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 태스크포스(TF)의 활동이 끝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향후 규제 추진 계획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플랫폼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1월부터 전문가 TF를 통해 경쟁촉진을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며 “결과를 참고해 국회에 계류된 다수 관련 법안들의 심사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방향에 대해선 “머지 않은 시기에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 정책은 ‘투 트랙’으로 추진되고 있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관계인 갑을 분야에는 자율규제를 적용하고, 플랫폼 간 경쟁인 독과점 분야에는 온플법 등 별도의 규제 입법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독과점 분야의 규제 논의는 표류하고 있다. 지난 1월 출범한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규율 개선 전문가 TF는 9차례 논의 끝에 지난 6월 활동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당초 7월 중 발표가 예상됐던 논의 결과는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규제 방향을 놓고 공정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본뜬 별도의 온플법 제정을 추진했던 공정위는 도중에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한 것도 표류를 장기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권 실세로 분류되는 이 위원장이 공정위와의 해묵은 주도권 싸움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에서 “플랫폼 규제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방통위가 중심이 돼 관계부처 및 사회 각 분야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논의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야당과 시민단체는 온플법 연내 처리를 위한 군불을 때고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플랫폼 정책 TF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구글 독점의 실태와 빅테크 규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고 대형 플랫폼 규제 법안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공정위의 온플법 전문가 TF에 참여했던 김남근 변호사는 “이미 해외 빅테크의 시장 내 독점력은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대됐다”며 “현행 공정거래법을 통한 규율은 너무 느리기 때문에 유럽처럼 사전 규제를 골자로 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권민지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