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위한 파업? 한숨 내쉰 승객

입력 2023-09-15 04:08 수정 2023-09-15 04:08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시작한 14일 전동차들이 서울 구로차량사업소에 줄지어 정차해 있다. 철도노조는 수서행 KTX 도입, 4조2교대 전면 시행, 성실 교섭 등을 요구하며 이날 오전 9시부터 나흘간의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국 주요 역에서는 열차 운행 일부 취소에 따른 승객 불편이 이어졌다. 윤웅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14일 오전 9시부터 나흘간 한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첫날 대규모 혼란은 없었지만 줄어든 열차 운행으로 인한 승객 불편과 물류 차질은 피하지 못했다.

철도노조는 18일 오전 9시까지 진행되는 이번 1차 총파업에 필수 유지인력 9000여명을 제외한 조합원 1만3000여명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오전 전국에서 지부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서울·부산·대전·영주·광주송정역 등 전국 5개 거점에 모여 총파업 결의대회를 가졌다.

파업 첫날인 이날 KTX 101대, 광역전철 546대 등 총 941대의 열차 운행이 취소됐다. 코레일은 파업 기간 수도권 전철의 경우 평시 대비 75%, KTX는 68%, 일반열차 새마을호는 58%, 무궁화호는 63% 수준의 운행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화물열차는 대체 기관사를 투입해 평시 대비 27%를 유지하고, 수출입 화물과 산업 필수품 등 긴급 화물 위주로 수송에 나설 방침이다.

미처 대체 열차표를 구하지 못한 전국의 이용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세종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서울에 출장 왔는데 금요일 저녁 내려가는 열차표를 예매하지 못했다”며 “코레일 앱은 접속도 안 된다”고 말했다. 수도권 물류 거점인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도 철도 수송이 평시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철도노조는 코레일 측에 수서행 고속철도(KTX) 투입 등 공공철도 확대, 4조2교대 전면 시행, 성실 교섭 등을 촉구하고 있다. 최명호 철도노조위원장은 “이번 총파업은 열차 안전과 시민편익을 지키는 투쟁이자 정부발 열차대란을 정상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노사 교섭사항 외에 정부 정책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 수용하기 어렵거나 현재 검토 중인 정책에 대해 일방적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강행하는 건 성숙한 자세가 아니다”며 “불법행위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세종=전희진 권민지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