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공황장애로 병가… 기재부 게시판에 ‘직장 갑질’ 경보

입력 2023-09-15 04:03

기획재정부 내부 게시판인 ‘공감소통’에 14일 오후 ‘직장 내 괴롭힘은 공무상 재해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지난해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질병도 재해로 인정받게 됐는데, 그럼에도 괴롭힘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직원은 “가해자가 상사인 경우 피해자는 숨죽여 있다가 병들고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는다”며 “피해자가 휴직하면 업무 기피자는 무능력자로 낙인을 찍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부디 자신을 돌아보고 직원을 부품이 아닌 인격체로 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글은 최근 공황장애를 이유로 병가를 신청한 기재부 사무관 A씨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상사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가 한밤중에 식은땀을 흘리고, 신음소리를 내는 낯선 모습을 보게 됐다”며 “집보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았던 사람에게 왜 그렇게 압박을 하며 괴롭히셨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하는 글도 올라왔다. 다만 A씨의 상사로 지목된 B과장과의 연락이 닿지 않아 갑질 여부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기재부는 나라 예산과 세금, 국제경제 현안 등 국가경제를 총괄하는 부처다. 그만큼 업무량은 많고, 빠르고 정확한 업무 처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폭언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고위직이 많았다. 몇년 전부터 직장 내 갑질이 사회 이슈로 떠오른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갑질 문제가 이번에 다시 부각됐다.

기재부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갑질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매년 내부 투표로 뽑는 ‘닮고 싶지 않은 상사(안닮상)’로 선정될 경우 이를 인사에 반영하는 식의 조치를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