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가 필요한 분은 아래 전화번호로 연락 주세요.”
기독교가 쇠퇴하면서 유럽 교회들이 문을 닫거나 술집이나 모스크, 박물관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평일에는 박물관으로 이용되다가 간헐적으로 예배 장소로 사용되는 현실을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찾은 영국 런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은 성공회의 본산이자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1703~1791)가 감리회 부흥운동을 일으킨 나라다. 그런 나라조차 지금은 주일성수가 희박해지고 간헐적으로 예배를 드릴 뿐이다. 오히려 다문화·다민족주의가 확산되면서 이슬람교도가 세를 불려가고 있다.
기독교 국가라 부르기 무색한 영국
2021년 영국 인구센서스 결과 37.2%가 ‘종교가 없다’고 답했으며 크리스천 비율은 46.2%로 뚝 떨어졌다. 70~80%에 달했던 크리스천 비율이 50% 밑으로 내려가면서 더 이상 기독교 국가라고 부르기 무색해진 상황이다. 런던 윔블던 레인즈파크의 한 감리교회는 1층은 예배당으로, 위층은 플랫(아파트)으로 임대를 주고 있다. 던도널드 개혁교회도 공장지대 빈터에서 예배를 드리다 1층에 교회와 카페를, 위층에는 플랫을 지어 임대해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홍성옥(49) 런던순복음교회 부목사는 “성도 수가 줄다 보니 교회를 매각하거나 교회를 헐고 플랫을 크게 지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며 “교회는 팔고 사는 게 아닌데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탈기독교화와 함께 영국 교회들의 가장 큰 이슈는 동성애 확산이다. 옥스퍼드대에도 동성애 상징인 무지개 깃발이 많이 걸려 있었다.
성령운동 불꽃 타오른 가을성회
동성애의 거센 파고와 탈기독교화 물결 속에 유럽에 다시 복음의 불꽃을 타오르게 하기 위한 가을성회가 지난 12~13일 저녁 런던 윔블던 레인즈파크에 있는 런던순복음교회(김용복 목사) 본당에서 열렸다. ‘유럽 성령운동의 새 지평을 열어주소서’를 주제로 한 가을성회는 예배당 밖까지 의자를 놓는 등 500여명이 꽉 들어찬 가운데 진행됐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첫날 ‘오직 믿음으로’(히 11:1~6)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믿음은 꿈꾸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삶의 목적도 없이 살아가기 때문에 마약과 도박,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개인도 가정도 거룩한 꿈을 꾸고, 런던순복음교회도 온 유럽을 품고 부흥하는 꿈을 꿔야 한다. 꿈은 때때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이튿날 ‘예수님께서 행하신 일’(행 10:38)이란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성령충만과 권능을 받아 예수님처럼 많은 사람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자”며 “가난하고 소외되고 병든 이웃을 돌보며 복된 삶을 살아가자”고 권면했다.
가을성회 현장엔 갓난아기부터 학생, 청년,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예배 시작 30분 전부터 성도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이민 생활의 고단함을 뒤로한 채 “아멘, 아멘”으로 화답하거나 통성기도를 하며 뜨거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43년 전 세무서 건물을 낙찰받아 70~80명에서 시작한 런던순복음교회는 성도 수가 1400명에 달할 정도로 부흥해 3개 지교회를 설립했다.
런던순복음교회는 청소년과 젊은 층이 많이 몰리는 교회이기도 하다. 성회에 참석한 민준(16·티핀 중·고교)군은 “성회가 열린다고 해서 기도를 엄청 많이 하고 은혜받을 준비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유진희(50) 집사는 “이번 성회 제목을 보고 몇 명의 기도하는 사람들로 인해 영국과 유럽이 바뀌었던 옛날의 부흥을 떠올렸다”며 “이것이 날갯짓이 되어 영국 땅이, 유럽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하게 됐다”고 했다.
이 목사는 13일 오후엔 유럽지역 선교사와 북미 선교사,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령부흥 세미나에서 “성령이 떠나면 교회는 영적 묘지가 된다”며 “영적으로 깨어 있어야 부흥한다. 성령충만해야 하나님의 역사를 체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정한 성령충만은 예수님 충만이다. 나는 죽고 예수님만 드러나야 한다. 작은 예수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용기 목사의 첫 해외 사역지서 추모
14일에는 조용기 목사 2주기 추모예배가 열렸다. 조 목사는 1967년 4월, 그의 나이 31세에 세계하나님의성회 초청으로 영국 웨스트민스터 센트럴홀에서 아시아 대표로 부활절예배 설교를 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조 목사의 차남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은 “아버지는 세계선교에 엄청난 사명을 갖고 계셨다”며 “초창기 아버지의 선교여행은 미숫가루 한 포대 들고 떠나는 생존 여행이었다. 영국은 청년 조용기 목사의 첫 번째 사역지이자 세계로 가는 진출구였다”고 회고했다.
조 회장은 “우리 신앙에 아버지가 남겨준 소중한 자산인 오중복음 삼중축복 7대신앙 절대긍정 4차원의 영성이 사라진다면 유럽이 쇠락해 관광지가 돼 버린 근대 교회들의 실패를 답습하는 슬픈 현실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아버지도 천국에서, 청년 시절 꿈을 품고 오셨던 이곳 영국이 성령운동의 중심지가 되고 런던순복음교회가 그 근원지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실 줄 믿는다”고 말했다.
런던=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