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 ‘속초초등학교’에 갔을 때의 일이다. 강연 의뢰 전화를 받고, 나는 학교명이 속초초등학교여서 강원도 속초에 있는 초등학교인 줄 알았다. 담당 선생님이 “강원도 홍천군 속초리에 있는 속초초등학교입니다”라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인근에 KTX 역이 없었기 때문에 자차로 이동해야 했고, 초행길에 비까지 내리니 내심 갈 길이 막막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학교에 도착할 즈음 비가 말끔히 그쳤다. 1932년에 설립돼 학교 외관은 오래됐지만 내부는 깨끗하고 단정했다. 재학생이 총 51명인 작은 초등학교였다.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복도까지 웃음소리가 들렸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간식을 나눠 드시다가 나를 보고 반색하며 반겨주셨다. 교사 연수는 3학년 교실에서 진행됐는데 교장 선생님도 와 계셨다. 보통 그런 자리에 교장 선생님은 근엄하게 자리를 지키다 홀연히 사라지곤 한다. 하지만 속초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손을 번쩍 들어 퀴즈도 풀고 시 낭송도 하면서 분위기를 유연하게 풀어주셨다. 선생님들의 호쾌한 웃음소리를 들으니 나도 긴장이 풀려 나중에는 그 시간을 즐기게 됐다.
특강을 마친 뒤 담당 선생님께서 묵직한 종이가방을 주셨다. 그 안에 따끈한 가래떡과 옥수수가 들어 있었다. 금방 찐 거라 말랑하다고 하시면서 학교 뒤편에 연못이 있는데 갈 때 한번 들러보라고 덧붙이셨다. 인사를 하고 뒤편으로 가보니 작은 연못이 있었다. 진분홍색 연꽃 봉오리 세 개가 마치 손바닥을 맞대고 기도하는 모양으로 맺혀 있었다.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선생님의 마음이 정겹게 느껴졌다. 가래떡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수수하지만 씹을수록 달고 쫄깃한 그 맛. 나는 특강을 할 때 주로 내 쪽에서 뭔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날은 오히려 선생님들께 시간을 선물 받은 기분이 들었다. 가래떡은 한 줄만 떼어먹어도 든든했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