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 국내에 있을 때는 모르지만 나가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 절감하게 된다. 며칠만 나가 봐도 그렇다.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무선 데이터 통신 서비스다.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연결되고 속도가 엄청나다. 선진국이라 해도 우리나라 같은 곳이 없다.
최근 업무차 중앙아프리카의 한 나라를 다녀왔다. 이 나라는 데이터 로밍 자체가 안 됐다. 행정구역상 시에서 3시간가량 떨어진 호텔에서 묵었는데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없었다. 장비 설치가 안 돼 있었다. 이곳은 통신망을 이야기할 게 아니긴 했다. 우리나라의 1970년대쯤 되려나. 수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흙벽돌 집에 살았다. 건기여서 집 주변은 말라 비틀어진 나뭇가지가 즐비했고, 흙바닥에서는 먼지가 날렸다. 20~30분을 걸어가야 펌프가 있고, 먹는 물을 이곳에서 양동이로 길어다 먹었다. 집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나라 국민의 70%가 먹을 게 없어 하루에 한 끼를 먹기 힘들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나라의 복음화율이 75%라는 것이다. 이단들이 득세하는 상황을 고려해도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우리는 2021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개신교 분포가 17%다. 크리스천으로서 예수 믿으면 하나님의 은혜로 당연히 잘살 텐데, 왜 이들은 못사는지 궁금해 현지 크리스천에게 물었다.
가장 큰 원인은 정치에 있었다.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권력자들이 자기 배만 불리려 했다. 그러다 보니 빈부 격차가 커서 이 나라의 20%는 엄청난 부자라고 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뭐라도 했을 텐데 싶어 또 물었다. 상위에 있는 이들이 권력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재산을 축적하려는 것은 알겠는데, 하위에 있는 사람들은 왜 가만히 있냐고 했다. 그것이 부정축재라면 왜 바꾸려 하지 않냐고 물었다. 시위 같은 거 안 하냐고 했다. 그러나 말이 쉽지 이 나라에서 시위는 어려웠다. 허가 없이 집회를 하면 총에 맞아 죽기 쉬웠다. 집회 허가 신청을 한다고 허가해줄 리도 만무했다.
그러면 권력을 가진 이들 가운데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은 없었냐고 물었다. 불행히도 없었다고 했다. 대부분 자기만 잘 먹고 잘살려고 정적들과 싸운다고 했다. 더 할 말이 없었다.
이 나라처럼 아프리카의 못사는 나라는 대부분 정치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수십년을 장기집권하거나 이를 위해 가족들을 정부 주요 요직에 앉히고 부를 축적한다. 그 정권을 쥐려고 부정선거를 치르고 그도 안 되면 내전을 일으킨다. 사람이 죽고, 산 사람은 더 어렵게 산다.
이런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대단한 나라다. 우리 선조들은 죽인다고 해도 할 건 다했다. 실제 옆에서 죽는 사람이 생겨도 해야 하는 일은 했다.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그걸 무릅쓰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할 일은 했다. 대표적으로 일제강점기 때 그랬고 한국전쟁 때 그랬다. 이후 그렇게 해서 민주사회를 만들고 자유국가를 만들었다. 그래서 나라가 발전했다. 우리 선조들에게 항상 감사해야 하는 이유다.
또 우리나라에는 국가와 국민, 대의를 생각하는 지도자들이 있었다. 권력을 잡으면 그 권력을 이용해 자기 먼저 생각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마음인데,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나라와 민족, 국민을 생각했다. 최근 이승만 초대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 추진 중인데, 초대 대통령을 시작으로 여러 대통령이 그랬다. 경제 발전의 기초를 놓은 박정희 대통령을 당연히 빼놓을 수 없다. 대통령만 그런 게 아니라 정치인, 경제인, 문화인 등 사회 지도자들이 그랬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한다. 특별히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 한국 선교 140년, 복음화율 17%밖에 안 되지만 하나님은 대한민국을 선택하셔서 놀라운 영적 부흥과 경제 발전을 허락하셨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