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길 선생’이 쓴 다윗 이야기

입력 2023-09-15 03:04
성지 순례는 성경 속 사건과 현장의 지리적 개연성을 확인하는 여정이다. 다윗과 아비가일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스라엘 헤브론 남쪽 광야의 샘물. 생명의말씀사 제공

성경은 다윗을 “용기와 무용과 구변이 있는 준수한 자”(삼상 16:18)라고 소개한다. 아직 전투에 나가기 어린 나이, 사울 옆에서 수금을 타던 악동(樂童) 시절이었는데도 다윗은 용맹스러운 전쟁 영웅과 같은 평가를 받았다. 성경의 복선 그대로 다윗은 전쟁터에 나간 형들에게 먹을 것을 전해주러 갔다가 블레셋 군대의 골리앗과 맞서게 된다. 생애 첫 전투인데 칼과 창과 갑옷도 없이, 막대기와 물매와 매끄러운 돌 다섯 개를 들고서 말이다.

다윗의 물맷돌을 재현한 도구들. 생명의말씀사 제공

‘성경의 땅 이스라엘에서 다윗을 만나다’ 저자인 이스라엘 성지 순례 전문가 유병성 목사는 다윗과 골리앗이 마주한 장소가 베들레헴 서쪽 엘라 골짜기라고 소개한다. 블레셋 영토에서 예루살렘에 이르는 쉐팔라 지역의 다섯 골짜기 중 가운데 위치한 곳으로 성경 역사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유 목사는 “다윗은 골리앗을 맞닥뜨리기 전, 먼저 엘라 시내를 건넜을 것”이라며 “엘라 골짜기에는 ‘나할 하엘라’란 간헐천이 있기에 물매에 사용할 만할 돌을 구할 수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성경 속 사건과 현장의 지리적 개연성을 연결해 주는 것이 성지 순례의 목적이다.


유 목사는 이스라엘 ‘길 선생’으로 불린다. 총신대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1998년 이스라엘로 유학을 떠나 히브리대 벤구리온대 하이파대 등지에서 수학했다. 히브리어로 ‘성경과 성경의 땅’을 뜻하는 MEM(Mikra & Eretz Mikrait) 연구소를 설립해 사역 중이다. 이름 그대로 성경의 땅을 알리고 성경의 이해를 돕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이 맞붙은 엘라 골짜기 전경. 생명의말씀사 제공

책은 베들레헴에서 예루살렘까지 40가지 여정으로 나눠 다윗의 삶을 안내한다. 3000년 전 다윗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나 골리앗을 꺾고도 사울에게 쫓겨 광야를 떠돌다 왕국을 세우고 예루살렘에 장사된다. 예수님의 일생 또한 베들레헴에서 시작해 예루살렘에서 마무리된다. 유 목사는 “다윗의 일생은 많은 부분에서 예수님을 예표적으로 보여주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유 목사는 책에 240여장의 사진과 지도, 유튜브 QR코드를 첨부해 입체적 해설을 돕고 있다. 유 목사는 특별히 성지 사진을 제공해 준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 교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26년째 성경의 땅 이스라엘을 안내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서 “가보지 못한 길을 더 연구하고 찾아가고 답사해서 나누겠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