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1075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으로 대출 수요가 증가하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급증한 영향이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6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증가폭은 4월 2000억원, 5월 2조8000억원, 6월 3조5000억원, 7월 5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특히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급증세를 나타냈다. 8월 증가폭(6조9000억원)은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앞서 은행권 가계대출은 대출금리 인상 여파로 1월(-4조6755억원), 2월(-2조7561억원), 3월(-7109억원) 3개월 연속으로 감소하다가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 영향이 컸다. 지난달 주담대는 제2금융권에서 4000억원 감소했지만 은행권에서 7조원 증가하며 6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은 2020년 2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4000억원 감소해 전월(-3000억원) 대비 감소 폭이 커졌다. 윤옥자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 경기 영향이 컸다”며 “50년 만기 주담대와 인터넷 전문은행의 주담대 등 차주 입장에서 우호적인 상품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른바 ‘2030 영끌족’이 다시 늘면서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3804건 중 2030가구가 매입한 거래는 1423건으로 전체의 37.4%를 차지했다. 지난해 6월 이 비율은 24.8%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급등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담대, 특례 보금자리론 등을 가계부채 증가 요인으로 지목하고 부채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금융위는 이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만기산정 방식에 손을 대는 등 보다 강력한 규제책을 꺼내들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상환 능력 중심의 여신 심사 관행을 유도하고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 점검 등으로 제도개선 과제를 추진해 하반기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