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은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을 ‘왕따(pariah) 정상들의 도발적 만남’으로 평가했다. 특히 회담장소가 러시아의 우주강국 야욕을 상징하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였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번 정상회담은 세계 무대에서 점점 더 고립되고 있는 두 정상을 한데 모은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또 “러시아 동부 우주기지에서의 만남은 특히 도발적”이라며 “이는 푸틴이 북한 군수품을 받는 대가로 북한에 위성발사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우주기술은 군사정찰 위성 발사에 연이어 실패한 북한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뉴욕타임스(NYT)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모두 서방으로부터 고립된 왕따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 지도자의 중요성을 높여놨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은 다음 주 서울에서 북·러 군사협력, 대중국 수출통제 등을 논의한다.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은 12일(현지시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이 주최한 한·미통상협력 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 방문 계획을 공개하며 “무엇보다 우리는 러시아가 수출통제를 우회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불법적인 전쟁을 계속하게 하는 기술과 물품을 확보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 이는 한·미 양국의 우선순위 현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안보를 위협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가 이웃을 위협하는 무기와 기술을 얻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조연설 후 특파원들과 만나 다음 달 만료되는 한국 기업에 대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 유예 연장과 관련해선 “서울에서 그에 대해 대화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다음 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조율할 방침이다.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 장관이 18일 모스크바에서 만나 최고위급 및 고위급 접촉을 포함한 광범위한 양자 협력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초청으로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우호관계도 강조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맞닿은 우호적인 이웃 국가”라며 “양측은 최고 지도자의 합의를 관철하고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심화하며 전통적인 우호 관계가 발전하도록 촉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