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아주 구체적인 실천 제안을 담고 있는 연구서입니다. 현장과 거리가 있는, 지적으로 잘 짜인, 통일된 체계를 가진 신학을 기대한다면 이 책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입니다. 단언컨대 이 책은 도시에서 구체적인 선교와 사목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마음을 다해 새로운 실천의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대화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세 가지 점에서 그러합니다. 첫째로 이 책은 영국 그중에서도 잉글랜드 지역의 도시와 도시 교회의 삶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지역 상황에 중심을 둔 신학적 성찰입니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맥락이나 지역과 관계없는 보편성을 내세우려는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둘째로 이 책이 말하는 공공신학 혹은 도시 신학의 출발점은 신학의 특정 유파나 이론이 아닙니다. 잉글랜드의 도시들과 그곳 도시 교회의 경험이 신학적 성찰의 출발점입니다.
셋째로 이 책은 구체적인 경험에 대한 신학적 반성이면서, 동시에 잉글랜드 도시 교회들의 올바른 추동을 안내해야 한다는 실천적 목표에 아주 충실한 책입니다. 이 책이 전개하는 도시 신학 혹은 공공신학은 특정한 신학 체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잉글랜드 도시 교회들의 실천을 중심에 두고 그 실천을 새롭게 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책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20년에 걸쳐 잉글랜드 성공회가 도시 문제에 참여해 온 경험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때는 마거릿 대처 총리와 보수당 정권에 의해 신자유주의적 사회 개혁이 전개되던 시기였고 이어서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권에 의해 도시재생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시기였습니다.
이즈음에 도시 문제에 관한 잉글랜드 성공회의 선교적 실천의 경험을 담은 두 개의 중요한 보고서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두 보고서를 기초 자료로 삼아 잉글랜드 도시 교회들이 자신들이 속한 도시 공동체의 변화를 위해서 어떤 실천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전망해 보려는 노력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새로운 이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건강한 사목적 선교적 실천을 위해 새로운 영감과 사례와 신학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만나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될 것입니다.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은 “내가 세상의 실재에서 온전히 자리 잡고 있을 때 하나님의 실재가 그 자체를 드러낸다”고 말했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기본정신이요 신념입니다.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에 책임감을 느끼고 참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하나님의 실재와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이 책의 약속이 한국교회를 위해서도 기대와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