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러 관계 전략적 중요성”… 전문가 “양국 밀착은 중국 압박용”

입력 2023-09-14 04:0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오전 북·러 접경지인 연해주 하산역에 도착, 전용열차에서 내려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년5개월 만의 러시아 방문 일성으로 “북·러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13일 “김 위원장이 전날 오전 6시 러시아 하산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연해주에 위치한 하산은 북한에서 러시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국경도시다. 2019년 첫 방러 때 “이번 방문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했던 김 위원장은 “4년 만에 또다시 러시아를 방문하게 돼 기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공공보건사태(코로나19) 이후 첫 해외 방문으로 방러길에 오른 것은 조·로(북·러)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우리 당과 정부의 중시 입장을 보여주는 뚜렷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하산역에 내렸을 때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과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 등이 영접을 나왔고, 러시아 육해공군 명예위병대와 군악대의 환영식이 열렸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코즐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유리 가가린과 세르게이 코롤료프 등 옛 소련 우주 영웅들의 사인이 담긴 사진 3장을 선물했다. 가가린은 1961년 인류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했고, 코롤료프는 냉전시기 소련의 우주탐사를 이끈 로켓공학자다.

김 위원장이 강조한 ‘전략적 중요성’은 그간 북한이 대러 관계를 언급할 때 관례적으로 사용한 표현이지만 최근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러는 미국에 의해 자신들의 정당한 안보가 침해돼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기 개발 및 전쟁을 한다고 주장한다”며 “곤경에 처한 두 국가가 힘을 합쳐서 대응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북·러의 밀착에 중국을 끌어내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중국이 미국을 너무 신경쓰며 한·미·일이 자신을 압박하도록 둔다고 하고, 러시아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도와주는 게 없다고 본다”며 “중국을 자극하기 위해 북·러가 단결하는 모습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대러 관계에 있어서 ‘전략적 가치’가 상승한 상황이다. 강윤희 국민대 교수는 “4년 전에는 김정은이 빈손으로 돌아간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러시아가 전쟁 와중에 모자란 미사일과 포탄 등을 보급할 공급망으로서 북한을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뭔가를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중혁 박준상 정우진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