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양의 시료를 채취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인 ‘파이펫’을 손에 쥔 학생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킨 뒤 파이펫으로 채취한 대장균 DNA를 전기영동기라 불리는 장치에 조심스레 흘려보냈다. 옆에 있던 연구원이 “잘했다”고 칭찬하자 주변에서 지켜보던 친구들도 신기한 듯 짧은 탄성을 질렀다.
한국기독교문화사업단(단장 정대균 교수) 주관으로 지난 8일 경기도 수원의 경희대 피부생명공학센터에서 진행된 ‘생명우주캠프’ 현장. 프로그램 중 하나인 ‘유전자 가위로 DNA 자르기’ 체험에 참가한 원천하나기독학교 학생 30여명의 표정은 진지했다. 기독대안학교 학생인 이들은 실험뿐 아니라 경희대 정대균(유전생명공학과) 문용재(우주과학과) 교수의 강연을 들으며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곱씹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정 교수는 “요즘 중·고등학생은 6년 동안 과학 교과목에서 진화론을 배우기 때문에 기독학생조차 주장에 불과한 진화론을 과학적 사실이라고 쉽게 믿는다”며 “이런 현실에서 학생들이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깨닫고 그 믿음이 굳건해지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 캠프를 시작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정 교수는 이날 세균이 우연히 진화해 사람이 됐다는 진화론의 맹점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했다. 먼저 DNA의 네 가지 염기(질소를 함유하는 고리 모양의 유기 화합물)를 상징하는 각기 다른 색깔의 블록을 가방에 넣었다. 정 교수는 “이 블록을 무작위로 뽑아 1만개 넘는 꿀벌의 날개 DNA 염기서열 중 1~5번까지 한 번에 일치시키면 상금을 준다”고 했다. 세 학생이 도전했지만 모두 맞히지 못했다.
정 교수는 “꿀벌의 날개 구성에 관련된 수많은 유전자 중 1개 유전자의 DNA 코드만 해도 1만741개가 넘는데 이중 하나만 어긋나도 꿀벌의 날개는 작동을 못 한다”며 “이처럼 유전자를 연구할수록 유전자와 세포의 정교함과 규칙성, 질서는 절대 우연히, 저절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고 했다. 이어 “찰스 다윈은 진화론을 1859년 발표했지만 유전자 구조가 규명된 건 1953년에 이르러서였다”며 “다윈은 유전자 구조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의미이며, 시간이 흘러 우연히 저절로 생명체가 만들어졌다는 진화론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객원연구원을 지낸 문 교수도 ‘성경 속의 과학’이란 주제로 강연하며 “성경은 과학책은 아니지만 내용을 잘 살펴보면 우리가 이해하는 과학과 상당히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며 “겸손한 마음으로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질서에 따라 세상이 창조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한별(17)양은 “진화론과 창조론 중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고민이 컸다”며 “오늘 캠프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이렇게 정교하고 아름다운 생명체와 우주를 누가 설계 없이 만들 수 있었겠느냐며 하나님의 창조에 관해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