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사령탑 부임 후 7개월 만에 첫 승을 거뒀다. 경질설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1대 0으로 신승을 챙겼다. 전반 32분 터진 조규성(미트윌란)의 결승 헤더골로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지난 2월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의 A매치 6경기 성적은 1승3무2패가 됐다.
한국은 사우디를 상대로 9차례 유효슈팅을 기록하며 수시로 골문을 두드렸다. 클린스만 감독이 약속한 ‘공격축구’를 향해 나아가는 신호탄을 쏜 것이다.
포지션에 관계없이 전방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프리롤’을 주장 손흥민(토트넘)에게 부여한 것도 성과가 있었다. 손흥민은 이날 7번의 기회 창출을 만들었고, 두 차례 유효슈팅도 기록했다. 손흥민은 최전방부터 좌우 측면을 오가며 활발하게 움직였고, 자신뿐 아니라 동료들의 득점 기회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해외파와 세계 축구 트렌드 점검 등의 이유로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면서 대표팀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축구팬들의 들끓는 비판 여론을 바꿀 기회를 어렵게 잡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없지 않다.
많은 유효슈팅이 나왔지만 이번 사우디전도 결과적으로 다득점 경기는 아니었다. 골 결정력은 여전히 떨어진다는 의미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6경기 동안 한국은 5골을 넣었다.
불안한 수비 조직력도 걱정거리다. 한국은 이달 A매치 2연전에서 잦은 패스 실수를 범하며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노출했다. 미드필더와 수비수 간의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지거나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사우디전 이후 유럽에 남아 해외파를 점검하려던 계획도 바꿨다. 14일 귀국해 국내에서 활약 중인 K리그 선수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결국 10월 A매치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클린스만호는 다음 달 13일 튀니지, 17일 베트남과 차례로 국내에서 A매치 2연전을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인 한국은 튀니지(31위)에 역대 전적에서 1무1패로 뒤져 있다. 전력 차이가 나는 베트남(95위)을 상대로는 다득점 승리가 절실해 보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