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가족 없어 삶 힘들지만… 후배 돕고, 꿈 이뤄야죠”

입력 2023-09-14 04:06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충북자립지원전담기관 채창화(가운데) 사회복지사와 진로상담을 하고 있다. 청주=홍성헌 기자

“혼자 사는 세상, 그래도 힘내야죠.”

자립준비청년 A씨(23·여)는 충북 청주의 공동생활가정에서 보호를 받고 자라왔다. 홀로서기를 한 지 4년이 지났다. 보호자는 물론 의지할 수 있는 형제도 없이 외로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충북지역본부의 복합민원라운지 ‘이음’에서 A씨를 만났다. 그는 2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올해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다. 방황하다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대학 진학에 도전하게 됐다. 아동복지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아동과 청소년의 권리에 관심이 많다. 졸업 후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다.

A씨는 “아픈 아이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세상에 혼자라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꿈과 희망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지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족이 없지만 힘을 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성인이 되면서 짐만 들고 퇴소하게 됐다”며 “적금이나 청약통장 가입은 생각도 못했고 이 험한 세상에 나 혼자라는 두려움과 무거운 책임감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사회에 나와 보니 너무 힘들고 여전히 혼자라는 외로움은 변함이 없었다”며 “대학생활을 하면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도 만났고 새로운 꿈을 위해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올해부터 자립준비청년 모임인 바람개비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다. 바람개비서포터즈는 먼저 자립한 선배들이 후배들의 홀로서기를 지원하는 모임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이 홀로서기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민을 나누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누구보다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이 사회에 나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후배들이 외롭고 힘든 첫걸음을 내딛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며 “진로와 취업은 물론 정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의지하고 힘을 보탤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약속했다. 가족에 대한 질문에는 “부모님이나 친척 얘기가 나오면 거짓말을 하거나 자리를 떠난 적도 있다”며 “사회 진출 후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혼자라는 이유, 가족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부터 바람개비서포터즈로 활동하는 B씨(25·여)도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가정위탁보호를 받았던 그는 “주변에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혼자 고민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도 사회생활은 험난하고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자립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서로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근한 선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데 대해 “개인에 대한 후원보다는 기관이나 지자체에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기관이나 지자체가 관심을 가져야 좀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청년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립준비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심리상담인 것 같다”며 “지속적인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B씨는 대학원에 들어가 아동청소년복지를 공부할 생각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일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