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방선기 (34·끝) “일터사역 할 수 있게 허락한 하나님 은혜에 감사”

입력 2023-09-15 03:07 수정 2023-09-15 10:38
방선기 일터개발원 이사장은 한국교회가 앞으로 일터와 대학에서의 이민자 사역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사진은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일터개발원에서 포즈를 취한 방 이사장. 신석현 포토그래퍼

‘역경의 열매’란 이름으로 나의 간증을 공개하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는 체질이 아닌 데다 자칫 잘못하면 자랑으로 비칠까 우려됐다. 그럼에도 용기를 낸 건 그동안 지면을 빌어 한국교회에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고 싶어서다.

무엇보다 그간 한국교회에 선보인 ‘일터 사역’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했다. 신학교에서 강의했던 ‘일상 영성’ 역시 코로나 이후 그 필요성이 더 커졌다. 교회 건축 염려 없이 사목 등의 일을 하며 가정교회를 이끌 수 있다는 사실도 꼭 알리고 싶었다. ‘목회자 이중직’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기독교계에 일종의 대안이 되리라 본다. 결국 한국교회에 부탁하고 싶은 메시지를 내 인생을 빌어 전한 셈이다.

사교육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독 시민운동에 열심히 나섰지만 아직 미완의 숙제로 남은 게 마음 아프다. 우리 사회가 이 두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곤 있지만 해결책 마련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이제는 저출산 여파로 불거진 ‘이민자 문제’에 대비해야 할 때다. 급격한 인구 감소 때문에 한국 사회는 이민자 문제를 필연적으로 마주할 것이다. 기간제 근로자를 넘어 한국에 정착하려는 이들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터 사역을 하며 만난 여러 기독 실업인이 최근 입을 모아 한 말이 있다. ‘사업이 망한다면 이유는 하나다.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점차 밀려올 이민자를 어떻게 대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나중엔 ‘보내는 선교사’가 아닌 ‘이민자 대상 선교사’ 파송을 논의해야 할지 모른다. 대학 선교단체 역시 비슷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학교 강의실에 자국민보다 해외 유학생이 더 많이 앉아있는 모습이 곧 현실이 될 수 있다. 선교단체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 방식 마련을 고심해야 할 것이다.

현재 나는 일터개발원에서 강의와 콘퍼런스, 관련 서적 출판 등 일터 사역을 지속하고 있다. 온누리교회 프랑스어 예배 담당자로도 섬기고 있다. 이들 일이 내 의지대로 시작된 건 아니지만 이를 허락한 하나님의 뜻이 분명 있다고 확신한다. 추후 생각지 않았던 일이 내게 또 맡겨진다면 이 또한 하나님의 계획이리라.

내가 참 좋아하는 말씀이 있다. ‘모든 것이 합력해 선을 이룬다’는 로마서 8장 28절 말씀이다. ‘고난도 선으로 바꾼 하나님’이 담긴 창세기 50장 20절도 좋아한다. 그간의 인생을 돌아보면 이들 말씀대로 주님이 내 삶을 이끄셨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지금껏 일터 사역을 할 수 있게 허락하신 하나님 은혜에 감사드린다. 기업 현장과 해외 대학에서 일터 사역을 연구하고 실행토록 배려한 이랜드그룹과 일터개발원(구 직장사역연구소) 후원자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혹 그간의 일을 표현하는 데 있어 본의 아니게 자랑으로 비친 부분이 있다면 너른 양해를 구한다. 부족한 글이 독자 여러분의 신앙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보람찬 일일 것이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