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의 피의자로 다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9일에 이어 사흘 만의 조사실 출석이다. 이 대표는 “사실이 아니니 증거라는 게 있을 수가 없다”며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이 대표 조사 절차가 끝나면서 사실상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시점 결정만 남겨두게 됐다.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백현동 특혜 개발 사건과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시25분 수원지검에 출석하며 “생면부지의 불법 사채업자 출신 기업가한테 100억원의 거금을 북한에 대신 내주라고 하는 중대범죄를 저지를 만큼 제가 어리석지 않다”고 말했다. 오후 6시12분쯤 청사를 나오면서는 “오늘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 (검찰이) 역시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제3자 뇌물 혐의를 어떻게 소명했나’는 취재진 질문에 이 대표는 “아무 관계없는 이야기를 엮으려니 잘 안 되는가 보다”고 답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이 대표를 상대로 쌍방울이 도지사 방북 비용 명목으로 3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한 사실을 인지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에 입회한 박균택 변호사는 “방북을 추진한 것은 맞지만, 그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다. (북측에) 돈을 준 사실 자체도 일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사는 13일째 단식 중인 이 대표 건강상태 등을 감안, 조서 열람시간을 포함해 4시간40분 만에 마무리됐다.
검찰이 이번 주 후반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체포동의안이 18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돼 21일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 청구 시점에 따라 25일 표결도 가능하다.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이 대표가 추석 연휴 전 법원에서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받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단식 중인 이 대표를 재차 소환한 검찰을 맹비난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단식 중인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잇단 소환조사는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검찰이 다시 청구할 구속영장이 기각될 것이라 확신하지만 우리는 이제 새로운 관점에서 이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며 “이 대표를 저들의 아가리에 내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당내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본회의에서 부결시키자는 주장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임주언 이동환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