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채점 전 답안지 파쇄’ 사고 이전에도 최소 7차례 답안지 누락 사고가 반복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응시생 1명의 답안지 일부를 분실하고도 이를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무마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시험 운영 전반에 대한 총체적 관리 부실이 정부 감사에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산업인력공단 국가자격시험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 4월 23일 정기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에 응시한 수험생 609명 답안지가 채점 전에 파쇄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실시됐다. 당시 공단 측은 “담당자가 답안지를 남은 시험지로 착각해 문서 창고로 옮겼고, 시험일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뒤에야 답안지 누락 및 파쇄 사실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 공단은 본부 채점센터까지 답안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답안지 수량 확인과 인수인계서 서명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은 시험지와 답안지는 창고에 1년간 보관해야 하는데도, 규정을 위반하고 기존 문서와 함께 파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점검 직원도 상주하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유사한 사고가 반복됐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고용부가 파악한 답안지 누락 사고는 2020년 이후에만 최소 7차례였다. 파쇄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채점센터에서 뒤늦게 답안지 누락 사실을 확인한 사례들이다.
심지어 지난해 치러진 ‘기사 작업형 실기시험’의 경우 응시자 1명의 답안지 일부가 분실됐지만 공단 측은 이를 응시자 본인에게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점수를 추정해 매긴 것으로 조사됐다. 파쇄 사고는 사실상 ‘예견된 사고’였던 셈이다.
국가자격시험의 출제, 시행, 채점 등 운영 전반의 관리 부실도 파악됐다. 기술사 채점위원 후보자 선정 절차 미준수, 시험 담당 직원 교육 미실시, 시험장의 수험자 현황 관리 미흡, 채점센터로 답안지 인수인계 시 보안 취약, 채점위원에 대한 사후 평가 소홀 등이다. 사고 보고나 조사체계도 미흡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가자격 소관 부처와의 협업·소통 없이 해결해 온 관행도 확인됐다.
이와 함께 비효율적인 조직 편제, 자체 시험장 부족, 업무량 대비 낮은 인력 충원율, 낮은 검정 수수료 등 열악한 인력과 예산도 재발 방지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고용부는 공단에 기관경고 조치를 하고, 답안지 파쇄 사고에 책임 있는 직원 등 22명에 대한 징계 조치를 요구했다. 중징계 3명, 경징계 6명, 경고 2명, 주의 11명이다.
공단은 국가자격운영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이달 말까지 감사 결과에 따른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공단은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고용부도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