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S는 여전히 다정하고 깊은 사람이었다. S는 유연하면서도 강인함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사람은 산에 넘어지지 않고 작은 돌멩이에 걸려 넘어진다’고 말했다. 사사로운 일에 낙담하지 말고 훌훌 털고 일어나라는 뜻이거나 실수는 큰 것에서 오지 않고 작은 것에서 오니 주의하라는 뜻일 수도 있다.
S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돌아가는 길, ‘작은 돌멩이’ ‘넘어짐’ 두 단어가 조각난 박하사탕처럼 싸한 맛을 내며 입속을 굴렀다. 작은 돌멩이는 순탄하게 흘렀으면 하는 인생을 방해하는 장애물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나의 가장 연약한 요소가 발현된 사건이었다. 사람들과 주고받은 자잘한 상처, 들키고 싶지 않은 모난 성격, 떠밀리듯 해버린 불안한 선택, 노력보다 욕심이 컸기에 부딪힌 한계…. 그로 인해 좌절했던 경험들이 떠올랐다. 연이어 인내와 반성의 시간을 갖고 극복하는 과정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음을 상기했다. 돌이켜보면 나의 연약함을 마주할 때 나는 한 뼘 더 성장했다. 작은 돌멩이는 자신의 미숙함을 자각하는 기회이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정표였다. 매정하게 나를 몰아세웠던 고난 속에 삶을 개척하는 힘이 숨어 있었다. 이리저리 피해가고 싶었던 돌멩이에 수십 번 넘어졌지만 이제 와 비로소 그것들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줄 보석이란 걸 알게 됐다.
우리 앞을 가로막는 역경의 시기들, 자신의 연약함을 마주해야 하는 괴로운 상황은 삶의 도처에 자리 잡고 있다. 사건의 단면만 보고 현상에 매달리기보다 경험의 본질이 무엇인지 숙고한다면 작은 돌멩이에 걸려 넘어져도 씩씩하게 일어서는 단단한 내면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날 유난히 반짝이던 S의 눈빛이 떠오른다. S는 우리가 만나지 못한 7년의 세월 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돌멩이들을 밟고 일어섰다. 그리고 작은 돌멩이를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었다. 나의 의지를 더욱 단단히 해야 하는 요즘, 어떤 역경이 찾아와도 꿋꿋하게 이겨내는 영웅처럼 그녀는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큰 힘을 준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