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예수의 비유] <27> 어리석은 부자

입력 2023-09-12 03:06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 렘브란트 作, 1627년.

어느 마을에 한 부자가 있다
그해에도 큰 풍년이 들어
그는 밭에서 많은 소출을 거둔다
곡간에 쌓아둘 곳이 없도록 차고 넘친다

그 부자는 마음속으로 궁리한다
내 소출을 쌓아둘 곳이 없으니 어떻게 하나
그래, 지금의 이 곡간을 헐고 더욱 크고 넓게
새 곡간을 지어 거기에 쌓아 두겠다

그런 뒤 내 영혼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영혼아,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겨라
여러 해 쓸 먹거리 넘치도록 쌓아두었으니
오래도록 먹고 마시며 인생을 즐겨라

그런 부자에게 하늘의 하나님께서 이르신다
어리석은 사람아, 오늘 밤 네 영혼을 도로 찾으면
네 곡간에 쌓아둔 것들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나님에 대해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다

<해설> ‘어리석은 부자’ 비유다.(눅 12:16~21) 이 비유에 등장하는 부자는 오직 자기 배만 생각한다. 내 곡식, 내 곡간, 내 영혼 등 온통 ‘자신의 것’에만 집착한다. 밭의 소출이 풍성하여 곡물이 차고 넘치지만, 오로지 더 크고 넓은 곡간을 지어 가득가득 쌓아두고, 오래도록 자신을 위해 즐기려고만 할 뿐이다. 가난한 이웃에게 베풀거나 하나님께 대한 감사의 봉헌 따위는 관심 밖이다. 그런데 부자가 착각한 게 있다. 자기 영혼이 자기 것인 줄 알지만 그게 아니다. 하나님의 것이다. 하나님께서 당장 그걸 도로 찾으시면 부자의 모든 인생 계획은 산산조각이 난다. 누구든 자신에게만 부요하고 하나님에 대해 부요하지 못한 자들은 이 어리석은 부자와 같다. 하나님에 대해 부요하다는 것은 구제 베풂 자선 등을 통해 자기 재물을 천국 곡간에 쌓아두는 것이다.

김영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