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에 제동을 걸었다. 권 이사장을 해임했던 방송통신위원회는 즉각 항고 의사를 밝혔다. 반면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제기한 해임 효력 정지 가처분은 기각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11일 권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권 이사장에 대한 방통위의 해임 처분은 1심 본안 사건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앞서 방통위는 권 이사장이 MBC와 관계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고 MBC의 부당노동행위를 방치했다며 지난달 21일 해임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권 이사장이 해임 처분으로 입는 손해가 단순히 금전 문제에 그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방문진 이사로서의 직무 수행은 개인의 전문성, 사회 대표성 내지 가치관, 인격의 발현·신장과도 관련돼 있다”며 “방문진 이사 및 이사장으로서의 지위와 역할 등에 비춰 신청인의 비재산적 권리가 침해당하는 손해를 경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의 임기를 원칙적으로 보장하되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해임을 허용하는 게 궁극적으론 방송문화진흥회법이 추구하는 공익에 더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법원 결정과 같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준다면 어떤 비위나 잘못이 있더라도 행정소송이 종결될 때까지 해임할 수 없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방문진의 의사결정 과정에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총원 9인인 방문진 이사회는 한동안 10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MBC는 권 전 이사장 후임으로 임명된 김성근 이사에 대해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로, 13일 선고 당일까지는 방문진이 일시적 ‘법외’ 상태의 10인 체제가 된다.
반면 남 전 KBS 이사장이 해임 처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이날 기각됐다. 방통위는 방만경영 방치와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을 이유로 남 전 이사장의 해임을 제청했고 지난달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KBS 이사 직무는 통상적인 직업과 같이 직업을 통해 개인 자아를 실현하는 부분보다는 의결기관으로서의 정책적 판단을 하는 공적인 부분이 더 강조된다”며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불이익이 해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야 할 정도의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KBS 보궐이사가 이미 선임되고, 새 이사장이 선출된 사정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해임처분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이사회 심의·의결 과정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주언 최예슬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