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동성 공급 확대,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 협약 등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자금 시장 불안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올해 유동화증권 발행 규모는 지난해보다 1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이 낮은 유동화증권 금리는 여전히 널뛰기를 반복하며 자금조달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경색 여진이 지속되고 데다 부동산 PF, 해외 대체투자 부실이 부각된 영향이다.
11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누적 유동화증권 발행 규모는 총 14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77조3000억원) 대비 16.5% 감소한 수치다. 자산유동화증권은 부동산 PF 대출, 매출채권, 유가증권, 주택저당채권 등 기업이나 은행이 보유한 유·무형의 유동화자산을 기초로 발행된 증권을 의미한다. 부채담보부증권(CDO), 주택저당증권(MBS), 부동산 PF 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부동산PF 대출 유동화증권은 39조원으로 전년 대비 24.6% 감소했다. 고금리, 건설 원자재 비용 상승 등 비우호적 시장 환경이 지속된 탓이다.
월별 실적을 보면 레고랜드 사태 직전인 지난해 9월 40조원대에 육박했던 유동화증권 발행액은 올해 1~2월 10조원 초반대까지 위축됐다. 이후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 속에 지난 3월부터 20조원대로 복귀했으나 7월 다시 16조원으로 급감했다.
지난달 발행 금액이 19조49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6.1% 늘긴 했지만 정책 금융상품인 특례 보금자리론 출시 효과를 제외하면 경색 국면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특례 보금자리론이 출시된 이후 이를 기초로 하는 주택모기지담보대출유동화증권(RMBS) 발행이 급증했는데 지난달 증가분 역시 상당수 RMBS가 40% 이상 증가한 데 기인했다.
특히 정부의 시장 안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 A1 등급 미만 유동화물은 금리 불안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주로 건설사와 중소형 증권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는 A2 등급 PF 전자단기사채(ABSTB) 금리는 올해 내내 적게는 6%대에서 10%대까지 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불거진 아파트 부실 시공에 따른 건설업에 대한 신인도 하락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동화 시장 위축이 길어지면 조달 금리가 추가적으로 뛰면서 이미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추가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동화 시장이 불안해지면 PF 사업장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며 “연말이 될수록 차환 수요가 커져 자금 조달 압박이 증가한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