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줄도산 경고등… 구조조정 제도 실효성 의문

입력 2023-09-12 04:04
11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구조개선 촉진을 위한 토론회'에서 패널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대규 변호사, 김이배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금융포럼 위원장(덕성여대 교수), 발제자인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좌장인 임채운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중소기업정책포럼 위원장(서강대 명예교수). 뉴시스

코로나19 이후 장기화하고 있는 복합 경제 위기 속에서 중소기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 제도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국내 구조조정 제도는 크게 ‘회생절차’와 ‘워크아웃’ 두 가지로만 운영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법인 파산신청은 72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2% 상승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존 제도로는 기업 회생이 한계에 달했다는 진단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1일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와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구조개선 촉진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금융기관이나 법원이 아닌 제3의 기관을 통한 구조조정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발제를 맡은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법원 주도의 구조조정 제도인 회생절차와 채권자인 금융기관 주도의 워크아웃 제도는 각각의 한계를 안고 있다”며 “10월에 일몰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연장하고, 제3자를 통한 구조조정 제도를 마련해 기업들이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위원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파산을 막기 위해 이뤄졌던 정부 지원금·대출 만기 연장 등이 엔데믹 이후 중단되고 있다”며 “구조조정 제도가 다양화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의 ‘줄 파산’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5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파산 사건은 132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37% 증가했다. 2021년 69건에서 지난해 83건으로 20% 늘어난 것보다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은 단순히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국내 산업의 가치사슬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최 위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추 본부장은 “2021년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중단했을 때 위기를 버틸 수 있게 한 것은 이전까지 한계에 놓여있었던 국내 요소수 제조 기업들”이라며 “기업의 생존은 채권 회수뿐 아니라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국내의 가치사슬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다른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회생·파산 사건 전문 전대규 변호사는 “10년 넘게 회생·파산 사건을 맡아왔는데 현재 존재하는 기촉법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며 “물론 기촉법의 일몰은 연장해야겠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률 제정에 기댈 것이 아니라 신용회복위원회가 개인의 채무조정을 하듯이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