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존재감 키우는 BYD, 한국서도 통할까

입력 2023-09-12 04:03
‘IAA 모빌리티 2023’을 찾은 관람객들이 개막 하루 전인 지난 4일 중국 전기차 업체 BYD 전시장에 진열된 차량들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기초체력을 키운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다. 유럽과 동남아 진출 1년 만에 위협적인 존재로 급부상했고 한국시장 상륙을 위한 채비도 거의 끝냈다.

유럽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이다. 2035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전환할 예정이라는 점도 전기차 업체에 매력적이다. BYD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2 국제모터쇼’에서 유럽시장에 공식 출사표를 던졌다. 1년도 안 됐는데 BYD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는 지난 7월 스웨덴에서 판매량 721대를 기록해 현지 업체 볼보의 XC60(807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1일 “BYD가 특히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BYD는 전기차 가격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는 게 가장 큰 무기다. 테슬라가 촉발한 ‘가격 전쟁’은 BYD를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 마이클 슈 BYD 유럽법인 이사는 “유럽 진출 1년도 안 돼 15개국에 140개 넘는 매장을 열었다”며 “글로벌 업체들이 25년 만에 달성한 기록을 우린 전기차로 5년 안에 이루겠다”고 말했다.

BYD는 지난 7월 헝가리에 배터리 조립 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유럽에 생산체계를 구축해 시장 장악에 가속페달을 밟을 계획이다. 신규 전기차 공장을 짓거나 경쟁사 공장을 인수하기로 한 뒤 후보지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2030년부터는 유럽에서 연간 전기차 8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 2023’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배에 달하는 부스를 차린 건 일종의 선전포고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장악했던 동남아 자동차 시장에서도 BYD는 무섭게 치고 올라가고 있다. 최근 동남아에서 팔리는 전기차 4대 중 1대가 중국차인 것으로 집계됐다. 5년 전 1% 미만이던 전체 점유율이 전기차 덕에 6%까지 상승했다. 올해 1~5월 태국에 수출한 중국 전기차 약 6만6000대 중 37.5%가 아토3였다. BYD는 내년 생산을 목표로 태국에 전기차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BYD를 필두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가 태국에서 일본차 점유율을 향후 10년간 15% 포인트 이상 빼앗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BYD코리아의 언론 홍보를 맡은 대행사는 지난달 기자들에게 “조만간 활동을 시작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실(Seal), 돌핀(Dolphin), 아토(Atto)를 비롯해 6개 모델의 국내 상표 출원을 마쳤다. 지난 3월엔 1t 전기트럭 T4K를 출시해 한국시장 분위기를 살폈다. 다만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해 이른 시일 내 자리 잡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