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3개국에 거점을 두고 국내에 필로폰을 유통하려던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 중 총책 3명은 국내에서 마약사범으로 처벌받거나 연루된 전력이 있었다. 교도소에서 만난 인연 등으로 마약 유통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캄보디아, 중국, 나이지리아에 거점을 두고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해 유통하려던 해외 마약 총책 및 국내 유통책 36명과 국내 마약 투약 사범 38명 등 총 74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붙잡았다고 10일 밝혔다. 이 중 국내 유통책 13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필로폰 18.7㎏을 압수했는데, 62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623억원 상당이다. 국내 유통책 김모(49)씨 등 36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7개월 동안 해외 총책 지시에 따라 들여온 필로폰 등을 국내에 유통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윗선에는 캄보디아 마약 총책인 한국인 송모(52)씨와 중국 마약상 A씨(42·중국 국적), 나이지리아 마약상 B씨(35·나이지리아 국적)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송씨의 지시에 따라 지난 3월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이 헬스보충제로 위장해 부산에 밀반입한 필로폰 20㎏을 챙겨 서울·대구·창원 등지의 유통책과 A씨 조직원에게 전달했다. 지난 4월에는 송씨 지시로 대전에서 비대면으로 받은 필로폰 1㎏을 B씨의 국내 유통책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송씨 등 총책 3명은 모두 국내에서 동종이력으로 처벌받거나 추방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2016년 1월 필로폰 2.5㎏을 필리핀에서 국내로 밀수한 혐의로 4년6개월간 복역했다. A씨는 지난 4월 조직원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필로폰 5㎏을 밀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됐다. B씨 역시 2021년 6월 향신료로 위장한 대마 6.3㎏을 가나에서 국내로 발송하는 등 마약류 밀수·유통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도소 동기와 또 다른 마약상 등을 통해 협력하는 사이가 된 이들은 한국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뒤 관련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올해 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B씨가 국내에 필로폰 유통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찰은 해외에 있는 총책의 신원을 파악하고 지난 7월 송씨를 캄보디아 현지에서 검거했다. 다만 중국과 나이지리아 총책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요청해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로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