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앞두고 웃픈 내수

입력 2023-09-11 04:06

회사원 박모(28)씨는 다음달 추석 연휴에 베트남 나트랑으로 떠날 예정이다. 항공권 예매와 숙소 예약에 40만원이 들었지만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올해 초 제주도 3박 4일 여행에 80만원을 넘게 썼던 기억이 있어서다. 베트남의 저렴한 물가를 고려해 총예산은 제주도 여행과 비슷하게 잡았다. 박 씨는 “휴가 중 비용 걱정으로 발 동동거리는 게 싫다”며 “물가가 저렴한 나라에 가서 편하게 쓰고 쉬는 게 진짜 휴가”라고 말했다.

정부가 다음 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추석 연휴를 포함한 6일의 ‘황금연휴’가 생겼다. 정부는 이 기간 동안 국내 관광을 활성화해 내수를 북돋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국내 여행 물가가 치솟은 데다 항공사들의 국제노선 증편까지 이어져 오히려 해외여행족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택시료(19.1%)·시외버스료(10.2%)·시내버스료(8.1%) 등의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승했다. 콘도이용료(8.5%)·호텔숙박료(6.9%)·여관숙박료(4.4%) 등도 이전보다 비싸져 국내 여행 비용 부담이 심화했다. 반면 국제항공료는 10.9% 하락했다.


이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베트남 등 저비용항공사(LCC)의 증편이 집중된 국가의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진에어는 추석 연휴 기간 인천~베트남 나트랑(10편)·일본 오사카(12편) 노선을 추가 편성한다. 티웨이항공도 오는 27일부터 인천~베트남 다낭(13편)·일본 후쿠오카(5편)·오사카(7편) 등 근거리 노선을 임시로 증편한다. 에어서울도 인천~나트랑(1편) 노선 취항을 늘린다. 이미 추석 연휴 기간 해외 항공편 예약률은 여름휴가 성수기인 ‘7말 8초’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연휴 해외여행 수요 증가는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도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여권 발급량은 367만권이었다. 이는 1년 전(103만권)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오히려 해외 소비가 늘어 경상 수지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출국자는 993만1000명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443만명)의 2배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1~7월 여행수지 적자는 72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41억달러)보다 많이 증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숙박 할인 쿠폰,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등을 통해 국내 여행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