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테니스의 ‘신성’ 코코 고프(19·미국)가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일궈냈다.
고프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2023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아리나 사발렌카(2위·벨라루스)를 2대 1(2-6 6-3 6-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생인 그는 이번 우승으로 US오픈 정상에 오른 역대 10번째 10대 선수가 됐다. 미국인 10대 선수의 US오픈 우승은 1999년 세리나 윌리엄스(은퇴) 이후 처음이다.
현재 세계랭킹 6위인 고프는 US오픈 정상에 올라 개인 최고인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게 된다. 고프는 시비옹테크(1위·폴란드), 사발렌카와 함께 여자 테니스계 최정상급 반열에 올라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농구선수 출신 아버지와 육상선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고프는 어린 시절부터 운동에 소질을 보였다. 2009년 세리나 윌리엄스의 경기를 보다가 다섯 살 때부터 테니스를 시작했다.
고프는 2018년 프랑스오픈 주니어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테니스 천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역대 최연소 나이(15세 122일)로 윔블던 예선을 통과하며 관심을 샀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결승에 올랐지만 시비옹테크에게 0대 2로 완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올해 윔블던에선 소피아 케닌(미국)에게 덜미를 잡혀 1회전에서 탈락했다.
최근 테니스계에선 고프의 실력이 정점에 있다는 싸늘한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고프는 도전을 이어갔고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 확정되자 그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고프는 “어린 시절 관중석에서 아버지와 이 대회를 지켜봤다. 당시 비너스(세리나의 언니)와 세리나의 경기를 봤다”며 “이 대회에서 우승해서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내가 정점에 있다고 말했는데, 내게 기름을 끼얹은 것”이라며 “나는 지금 불타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