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자세·정신 집중 효과… 100세 시대 딱 맞는 장수 운동”

입력 2023-09-11 04:08
지난 7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정 국궁장에서 궁사들이 사대에 일렬로 선 채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국궁은 과격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장소나 시간 제약이 적은 데다 단체종목과 달리 짝이 없어도 혼자 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안양=권현구 기자

“활 배우겠습니다.” “많이 맞히세요.”

지난 7일 찾은 경기도 안양시 안양정 국궁장. 사대(射臺)에 일렬로 선 궁사들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 차분히 숨을 고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습사(習射·활쏘기 연습)에 나선 이들의 활은 ‘휘익~’ 소리를 내며 145m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과녁을 향해 날아가 명중했다.

이곳 안양정에선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스포츠인 궁도를 즐기는 15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년부가 31명이고, 최고령은 84세다. 안종률 사두(射頭)는 “국궁은 과격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일생을 즐길 수 있다”며 “활의 종류와 화살의 무게, 길이 등이 단계별로 분류돼 각자 신체나 나이에 맞게 장비를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궁도는 통상 3순(15발·개인전 기준) 경기를 한다. 한 순에 화살 5개를 쏘고 잠깐의 휴식을 갖는다. 휴식 때는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며 활 쏘는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은 없었는지를 되새긴다. 2009년부터 활을 쏜 김선혜(66)씨는 “정신이 흐트러지면 활이 절대 과녁에 맞지 않는다”며 “바른 자세로 정신을 집중해야 하니 몸과 마음을 모두 수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문 9개월 차인 주홍득(71)씨는 “40년 동안 골프를 했는데 조금 더 마음이 정화되는 운동을 하고 싶었다. 우연히 심신단련을 위해 산길을 걷다가 궁도장을 발견했다”면서 “자연 속에 자리잡은 활터에 오면 몸과 마음, 행동이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따라간다. 노년기에 무조건 한 번쯤은 접해볼 만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활을 제대로 쏘려면 바른 자세로 몸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발끝은 힘을 줘야 하고 팔, 허리 등의 근육이나 관절의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전신운동이다. 숨을 멈추고 활을 쏴야 해서 호흡 기능에도 도움을 준다.

박성녀(63)씨는 “자세를 똑바로 잡고 활을 쏘다 보니 오십견을 고친 분들도 많다. 하체에 힘을 주고 상체는 힘을 빼야 하니 하단련에도 도움이 된다”며 “제 주변에도 직접 경험한 운동의 효과를 소개하면서 쉽고 재미있는 운동이라고 추천하곤 한다”고 전했다.

궁도를 즐기는 이들은 하나같이 “100세 시대에 적합한 운동”이라며 입문을 권했다. 장소나 시간 제약이 적은 데다 단체종목과 달리 짝이 없어도 혼자 운동할 수 있어서다. 수입이 줄어드는 노년기에 운동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도 매력 중 하나다.

장해기(71)씨는 “퇴직 전 여러 구기 종목을 접해봤는데 사실 기회비용이 맞지 않았다. 노년기에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활이나 화살 등 장비는 한 번 사면 수년을 쓴다. 꾸준히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장수 운동”이라고 말했다.

전통 스포츠답게 활터에선 지켜야 할 예절도 있다. 사대에 서는 순서를 의미하는 ‘팔찌동’에 따라 통상 사두와 고문에 이어 사원(사정에 소속돼 활을 쏘는 사람)들이 연령순으로 서게 된다. 습사무언(習射無言). 활을 쏠 때는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야 한다. 안전을 위해 빈 활을 당기는 행위도 금지된다.

안 사두는 “활터의 예절을 따르다 보면 마음가짐과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며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국궁은 직접 해보면 장점이 많은 운동”이라고 전했다.

안양=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