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8일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수교 5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50년을 위한 협력 기반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지난 5일부터 인도네시아를 공식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인도네시아는 엄청난 성장 역량을 갖춘 아세안 선도국이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한국의 아세안,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 협력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코위 대통령도 “수교 50주년인데 이는 양국 관계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양국이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시티 등에서 성장동력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올해 초 발효된 양국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적극 활용해 교역을 대폭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수입물량 제한, 인증제도, 상표권 침해 등 한국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소개하면서 지원을 요청했고, 조코위 대통령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살펴보겠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두 정상은 이번에 양국이 자동차·철강·석유화학·디지털경제 등 산업협력, 지식재산 보호, 전기차 생태계, 할랄식품 분야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환영했다. 또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다수 참여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자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인도네시아는 2045년까지 40조원을 들여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동칼리만탄으로 이전한다.
양 정상은 또 국방과 방산 분야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방산 협력은 국가 간 최고 수준의 전략적 신뢰를 상징한다”며 “방산 분야 최초, 최다 기록을 다수 세운 양국 방산 파트너십을 한층 심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 KT-1 군용훈련기, T-50 고등훈련기의 첫 수출국이자 유일한 잠수함 수출 대상국이다. 양 정상은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양국은 2015년부터 2026년까지 8조1000억원을 함께 부담해 전투기를 공동개발하는 KF-21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 방문을 마친 윤 대통령은 오후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 뉴델리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중심의 가치기반 연대 강화를 위한 외교활동을 벌이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안보·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도착에 앞서 현지 매체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와 인터뷰에서 “한-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연계해 국방·경제·첨단기술 등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