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마약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20대 김모씨는 3년 전부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마약에 중독됐다. 지인들과 함께 단체로 투약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그는 친구 권유로 20대 초반에 대마초에 손을 댔다. 처음엔 혼자 하거나 친구와 둘이 했다. 그런데 김씨가 마약을 한다는 사실이 알음알음 알려지자 어느새 주변으로 투약자들이 모였다. 김씨는 7일 “적게는 3~4명, 많게는 18명 정도 모였다. 그렇게 모이면 파티룸을 잡거나 지인 집으로 가서 같이 투약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현직 경찰관 A씨(30)가 추락사한 사건이 ‘집단 마약파티’ 의혹으로 비화되고 있다. 여럿이 파티처럼 즐기는 집단투약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고, 결국 악성 중독으로 끌어들인다는 우려가 나온다.
밀폐된 공간에서 마약을 투약하는 이른바 ‘하우스 파티’는 통상 지인 소개로 친해진 ‘이너 서클’ 멤버끼리 클럽 등을 방문한 뒤 ‘2차’ 성격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일행 중 한 명의 집으로 옮기거나 파티룸, 혹은 호텔방 등을 잡는 식이다. 김씨는 하우스 파티에 마약을 접해본 적이 없는 ‘초짜’가 초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파티용 마약이 있다. 엑스터시, 케타민 등인데 클럽에서 술을 마시면서 놀다가 이후 자리를 옮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우스 파티는 어느 정도 긴밀해진 다음에야 초대받을 수 있다. 일종의 룰”이라고 했다. 알음알음 소개로 합류하다 보니 하우스 파티에서 만난 이들의 직업은 여러 직군이 섞여 있다.
지난달 27일 벌어진 용산 추락사 사건도 하우스 파티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일행 중 일부는 먼저 클럽에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 중 5명에게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는데, 모두 파티용 마약이었다. 사건 피의자들도 의사, 대기업 직원, 헬스 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군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들 중 상습 투약·구매 혐의를 받는 3명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기존에 알려진 참석자 16명뿐 아니라 5명이 더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추락사 사건 현장에 최소 21명이 있었던 것이다.
하우스 파티에서 사용되는 마약은 대체로 개별적으로 챙겨오지만 호스트 격인 사람이 나눠주기도 한다. 이들에게 마약은 흥을 돋우는 술 같은 존재라는 게 김씨 설명이다. 그는 “‘오늘 놀자’라고 하면 마약을 같이하자는 의미였다. 그날 마약을 할 생각이 없더라도 친구가 부르니 나가게 되고 만나면 마약을 하게 된다”며 “마약은 할수록 점점 더 빠지기 마련인데, 특히 집단마약은 더 빠르고 쉽게 중독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마약 사건 전문가인 박진실 변호사는 “최근 마약의 종류가 클럽 마약 쪽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고 투약자들의 연령층도 어려졌다”며 “어울려서 같이 교류를 하는 장에서 마약이 더 들어간 것으로 보이고, 마약이 매개가 돼 더 많이 모이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