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는 십자가에서 세 가지 교훈을 배운다. 첫째, 나의 죄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더럽다. 하나님의 아들이 그 죄를 위해 죽는 것 외에는 정결해지고 용서받을 수 있는 다른 길이 없었다면, 그것은 정말로 심각한 죄임이 분명하다. 둘째, 하나님의 사랑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십자가에서 극도의 고통에 이르면서까지 우리를 찾아오셨다. 셋째, 구원은 값없이 주는 선물이다. 나는 그것을 받을 자격이 없다. 나는 그것을 얻을 수 없다. 그런데 내 공로나 노력으로 그것을 획득하려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용서받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행하셨기 때문이다(78쪽).
복음주의의 거장 존 스토트(1921~2011·사진) 목사가 1991년 기독교 지성에 관해, 1962년 십자가의 교훈에 대해 각각 밝힌 내용이다. 스토트 목사는 20세기 복음주의를 이끈 영국 성공회 사제로 런던 올소울즈 교회의 교구 목사로 사역하며 강력하고 혁신적인 도시 목회를 이끌었다. 그는 1974년 제1차 로잔대회에서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 함께 세계 복음주의 운동의 이정표가 되는 ‘로잔언약’을 입안했으며 2005년엔 미국 시사주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다.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기독교의 기본진리’ 등 50권 넘는 책을 쓴 스토트 목사의 글을 한꺼번에 만나는 ‘벽돌책’이 출간됐다. 비전북에서 발간한 ‘존 스토트의 기독교 강요’다. 종교개혁가 장 칼뱅의 ‘기독교강요’를 다분히 의식한 제목이다. 스토트 목사가 40년에 걸쳐 50권의 책에서 말한 기독교의 모든 것들이 정리된 앤솔러지다. 앤솔러지는 헬라어로 꽃다발을 뜻하는 안톨로기아에서 유래했다. 거장의 작품을 한데 모은 작품집을 말한다.
비전북 출판사는 “경건한 지혜와 영적 진리가 드물게 결합된 이 책은 급하게 삼키려 해선 안 된다”면서 “음미하고 숙고하고 기억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음주의의 정수가 담긴 970개 항목을 하나둘 곱씹으며 내년 로잔대회를 맞이하면 좋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