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체불액이 1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의 체불상담 등을 돕는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예산이 삭감됐다. 정부가 고용허가제 쿼터 확대 등 해외 인력 유치를 위해 힘쓰면서 관련 인프라 마련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이 예산이 일절 편성되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이 예산은 수년간 60억~80억원대에서 증감을 반복해왔다.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는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에 한국어·생활법률 등을 교육해 일상생활 적응을 돕고 임금 체불·산업재해 등의 고충 상담을 하는 곳이다.
이 같은 예산 삭감은 최근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확대 정책과 거리가 멀다. 정부는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허가하는 고용허가제 쿼터를 내년에 12만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오는 12월부터 가사와 육아를 돕는 외국인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100명이 서울에서 일하게 된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늘면 임금 체불 문제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 임금 체불액은 2018년 972억원에서 2021년 1183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최소 1010억원의 임금이 체불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적극적으로 외국 인력을 끌어들이려는 정부 정책과 달리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 정착을 돕는 예산은 삭감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예산(71억800만원)을 더 늘리는 대신 전액 삭감키로 한 상황이다.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는 2004년 처음 설립됐다. 현재는 전국 거점센터 9곳, 소지역센터 35곳 등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센터를 이용한 노동자는 53만명으로 목표치(51만명)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 만족도는 98.8점으로 3년 연속 목표치를 웃돌았다.
기존 재정지원 규모도 적절한 것으로 평가됐다. ‘2023년 국고보조 사업 연장평가 보고서’는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에 대한) 재정 지원 규모는 실질적인 운영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수준으로 편성됐다”고 판단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돕기 위한 인프라 확대는커녕 예산 삭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는 사업 방식 변경에 따른 예산 감축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 확대로 위탁 비용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직접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상담 업무는 고용노동부 지방청에서, 교육 업무는 공단에서 맡게 될 전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올해보다는 적지만 내년도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 예산에 관련 예산이 일부 포함됐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