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의 바다’는 바다에 대한 낭만적 시각을 뒤집어 놓는다. 우리 눈에 띄지 않는 먼 바다는 폭력과 죽음, 불법이 가득한 무법의 세계다. 미국 뉴욕타임스 탐사보도 기자인 이언 어비나는 이 바다에 용감히 뛰어들어 어둡고 생생한 르포르타주를 써냈다.
“바다는 숨이 멎도록 아름답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암담한 비인도적 행위가 난무하는 디스토피아적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바다에 대해서 아는 것은 충격적일 정도로 적다.”
책은 열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이야기는 인터폴 수배 대상인 밀렵선 천둥호 추적기다. 민간 환경 운동가들이 110일 동안 세 대양을 건너 2만1390㎞ 거리를 이동하며 이 배를 추적했는데, 이는 해양 역사상 최장기 추적전이었다. 저자는 이 추적선에 동승했다.
네 번째 이야기 ‘상습 범죄 선단’에서는 저자가 ‘원양어업계의 거대 괴수’라고 칭한 한국 국적 사조오양을 자세하게 들여다 본다. 오양70호는 2010년 낡은 배에 적재량보다 많은 물고기를 싣다가 침몰했고, 오양75호는 선원들에 대한 강간, 착취, 폭행 등이 폭로돼 국제사회를 경악케 했다.
책은 인신매매로 팔려와 남중국해 태국 어선에서 강제노동을 하는 이주 노동자들, 임신중지가 불법인 지역의 여성들을 배에 태우고 나가 시술하는 의사, 바다로 일하러 떠난 지 7개월 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필리핀 청년, 배에 유기된 선원들을 보여준다. 또 해적들의 바다인 소말리아 해협,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팔라우, 인도네시아 해경과 베트남 해경이 대치하는 국경수역 등으로 데려간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