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2장 팝니다. 일괄 8만원. 신촌이나 교내 거래 희망.’ 서울 연세대에 재학 중인 이모(21)씨는 최근 교내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고 황당했다. 추첨을 통해 학생들에게 무료로 풀렸던 ‘연고전(고연전)’ 티켓에 몇 만원의 가격이 붙어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6일 “지난해 3년 만에 연고전이 열렸을 때도 암표가 기승을 부렸는데, 올해 역시 다르지 않다”며 “애초에 갈 생각 없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으면서까지 동문을 상대로 이렇게 장사하는 게 맞는가 싶다”고 했다.
연고전은 매년 열리는 연세대와 고려대의 스포츠 정기전이다. 올해도 8~9일 야구·농구·아이스하키·럭비·축구 등 5개 종목 경기가 열린다. 주최 측에선 경기장 내 수용 인원 제한 때문에 티켓을 추첨으로 무료 배부했다. 추첨 기회는 개인당 한 번으로 제한했다.
공짜 티켓이지만, 상당수는 온라인에서 버젓이 거래되는 실정이다. 티켓 수는 한정돼 있는데, 티켓을 원하는 수요는 넘쳐나기 때문이다. 연세대 에브리타임 게시판에는 티켓 판매 관련 글 수십 개가 올라 있다. 종목마다 가격 차는 있지만, 티켓 한 장에 평균 4만~5만원 선의 값이 매겨져 있다.
고려대 커뮤니티인 ‘고파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티켓을 추첨한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티켓 팝니다’ ‘티켓 삽니다’ 내용으로 검색되는 글은 80건이 넘었다. 농구나 아이스하키의 경우 입장권 한 장에 1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고대생 신모씨는 “‘인기 종목은 3대가 덕을 쌓아야 구할 수 있다’는 말도 돈다. 대학 생활 4년 중 한 번쯤은 암표를 구해서라도 보고 싶다는 게 보편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최 측도 암표 거래를 예상했지만, 이를 원천 차단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티켓 배부 시 ‘돈 받고 되파는 행위를 하지 말아 달라’고 안내하지만, 개별적 판매까지 통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측은 “총학생회에서 암표 거래를 하지 않도록 계도하고, 부정거래가 적발되면 티켓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