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풀린 ‘연고전’ 티켓 돈 받고 파는 대학생들

입력 2023-09-07 04:04
지난해 10월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정기 연고전’에서 학생들이 야구 경기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구 2장 팝니다. 일괄 8만원. 신촌이나 교내 거래 희망.’ 서울 연세대에 재학 중인 이모(21)씨는 최근 교내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고 황당했다. 추첨을 통해 학생들에게 무료로 풀렸던 ‘연고전(고연전)’ 티켓에 몇 만원의 가격이 붙어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6일 “지난해 3년 만에 연고전이 열렸을 때도 암표가 기승을 부렸는데, 올해 역시 다르지 않다”며 “애초에 갈 생각 없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으면서까지 동문을 상대로 이렇게 장사하는 게 맞는가 싶다”고 했다.

연고전은 매년 열리는 연세대와 고려대의 스포츠 정기전이다. 올해도 8~9일 야구·농구·아이스하키·럭비·축구 등 5개 종목 경기가 열린다. 주최 측에선 경기장 내 수용 인원 제한 때문에 티켓을 추첨으로 무료 배부했다. 추첨 기회는 개인당 한 번으로 제한했다.

공짜 티켓이지만, 상당수는 온라인에서 버젓이 거래되는 실정이다. 티켓 수는 한정돼 있는데, 티켓을 원하는 수요는 넘쳐나기 때문이다. 연세대 에브리타임 게시판에는 티켓 판매 관련 글 수십 개가 올라 있다. 종목마다 가격 차는 있지만, 티켓 한 장에 평균 4만~5만원 선의 값이 매겨져 있다.

고려대 커뮤니티인 ‘고파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티켓을 추첨한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티켓 팝니다’ ‘티켓 삽니다’ 내용으로 검색되는 글은 80건이 넘었다. 농구나 아이스하키의 경우 입장권 한 장에 1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고대생 신모씨는 “‘인기 종목은 3대가 덕을 쌓아야 구할 수 있다’는 말도 돈다. 대학 생활 4년 중 한 번쯤은 암표를 구해서라도 보고 싶다는 게 보편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최 측도 암표 거래를 예상했지만, 이를 원천 차단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티켓 배부 시 ‘돈 받고 되파는 행위를 하지 말아 달라’고 안내하지만, 개별적 판매까지 통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측은 “총학생회에서 암표 거래를 하지 않도록 계도하고, 부정거래가 적발되면 티켓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