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대장동 터지자 본격 대비 나섰나… 檢, 행적 재구성… 허위 인터뷰 기획 의심

입력 2023-09-07 04:07

검찰은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직후 다각도의 증거인멸 시도가 이뤄졌다고 보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행적을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대장동 일당에 대한 거짓 진술 종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과의 접촉 등 사건 은폐의 연장선상에서 ‘허위 인터뷰’ 역시 기획됐다는 게 검찰 측 의심이다. 검찰은 인터뷰 및 보도 과정의 전모와 함께 배후세력 여부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대장동 의혹이 언론에 본격적으로 보도된 건 2021년 9월 14일이었다. 검찰은 김씨가 이때부터 본격적인 대비에 나섰다고 본다. 김씨의 범죄수익은닉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이 시기 휴대전화 기기와 번호를 바꾸고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이튿날인 9월 15일 진행됐다. 검찰은 이 대표를 향하던 대장동 의혹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 허위 인터뷰를 한 것으로 본다. 김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시켜줬다는 취지로 인터뷰한 뒤 신씨에게 1억62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인터뷰에서 김씨가 사용한 단어를 두고 이 대표 측과의 공모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인터뷰 전날인 2021년 9월 14일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추가 공사비용을 부담시킨 일을 거론하며 “투자회사 대표가 법정에서 저보고 빨갱이 공산당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화천대유 대표가 2019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한 증언을 인용한 것이다. 김씨 역시 하루 뒤 신씨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가리키며 “내가 욕을 많이 했지…. 공산당 같은 새끼 했더니”라며 ‘공산당’이라는 단어를 썼다.

검찰은 김씨가 이 대표 주변인들과 수사 상황을 논의해온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공소장에는 2021년 9월 말 ‘정영학 녹취록’이 검찰에 제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김씨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두 차례 통화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씨가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수사 상황도 계속해 챙겼다고 본다. 지난해 1월 검찰에 소환된 정 전 실장이 김씨와 1년에 20여 차례 통화한 사실에 대해 조사받은 내용도 변호인을 통해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6일 “(김씨가) 주요 공범과 수사 상황을 공유한 정황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의 대장동 의혹 대응책 구상과 신씨와의 인터뷰 및 보도 과정에 정치권이 관여한 흔적이 있는지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