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보장안이 빠진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보고서에 항의해 사퇴한 위원들이 “초저출산, 저고용의 극단적 가정만을 전제로 한 방안”이라며 보고서 내용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정부는 최종안에 소득대체율 상향안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주최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 평가 긴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재정계산위의 보고서는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재정계산위는 지난 1일 공청회에서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제외한 상황에서 보험료율 인상(12·15·18% 인상), 수급개시연령 상향(올해 63세에서 66·67·68세),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 등을 조합한 18개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위원회에서 사퇴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추계 거시 전망은 향후 70년간 저출산과 저고용의 문제가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나온 보수적 가정만을 전제로 했다”며 “그런데도 국민들에게 확정적 미래로 인식하게 했고, 반드시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선택지를 좁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추계위 가정대로라면 출산율은 0.6명대를 유지하고 2040년부터는 경제성장률이 0%대 진입한다는 것인데, 이 정도 수준이면 정부가 저출산이나 경제 정책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극단적 가정만을 전제로 한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원회 구성 자체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역시 위원회에서 사퇴한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정계산위 위원 15명 가운데 정부 측 위원을 제외하고 9명 중 6명은 재정안정론 입장이었다”고 했다. 남 교수를 비롯해 소득보장론자들이 ‘더 받는 안’을 두고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를 보고서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지만, 재정안정론 쪽의 위원들은 “‘소수 의견’이라고 표기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발해 소득보장 방안을 아예 뺄 수밖에 없었다는 게 남 교수의 주장이다.
보고서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남 교수는 “보험료 수입과 기금수익만으로 급여지출을 충당하겠다는 접근만을 전제했다”며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한 생애주기 조정 필요성도 제시될 필요가 있는데, 단순히 접근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계산위의 최종 보고서나 보건복지부 종합운영계획에는 소득대체율 인상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복지부는 지난 1일 공청회 이후 반발 목소리가 나오자 재정계산위에 “다양한 의견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