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의 뛰어난 공예 수준을 보여주는 유물이지만 그동안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귀한 나전칠기가 80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지난 7월 일본에서 환수했다고 6일 밝혔다. 고려의 나전칠기는 청자와 함께 고려 미술의 정수이자 최고 공예품으로 꼽히지만 현재 남아 있는 유물은 전 세계에 20점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2020년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합’ 등 3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이번에 돌아온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13세기 작품으로 추정된다. 유물은 가로 33.0㎝, 세로 18.5㎝, 높이 19.4㎝ 크기의 상자 형태로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 문양인 국화넝쿨무늬, 모란넝쿨무늬 등이 고루 쓰였다.
뚜껑과 몸체에는 약 770개의 국화넝쿨무늬 자개가 감싸고 있고, 뚜껑 윗면 테두리의 좁은 면에는 약 30개의 모란넝쿨무늬를 장식해 화려함을 더했다. 바깥쪽에는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꿴 듯 연결한 연주(連珠)무늬 약 1670개가 촘촘히 둘러싸고 있다. 상자에 사용된 자개만 약 4만5000개에 달한다.
각 문양을 표현한 방법은 공예기술의 집약체라 불리는 나전칠기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화꽃무늬를 감싼 넝쿨줄기는 C자 형태의 금속선으로 정교하게 표현했다. 재단 관계자는 “문양과 보존 상태가 고려 나전을 대표할 만큼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간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유물”이라며 “고려 나전칠기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보물 ‘나전경함’을 언급하며 “현재 보물로 지정된 유물과 비교해도 상태가 완벽하다고 말할 정도로 좋다”고 했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일본의 한 개인 소장가의 창고에서 100년 이상 보관해 왔는데, 3년 전 이를 사들인 고미술 관계자가 지난해 재단 측에 연락하면서 존재가 드러났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